[황금사자기]광주일고, 황금사자 타고 ‘목동 첫 찬가’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서울 강호 덕수고 3대 0 누르고 통산 4번째 우승 감격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에서 만난 광주일고와 덕수고는 닮은꼴이다.

양 팀은 우승컵을 3번씩 안았다. 광주일고는 1980년대(1983, 84년), 덕수고는 1990년대(1994, 95년)에 각각 2연패했다. 2000년대 들어 덕수고가 2004년, 광주일고가 2005년에 우승했다.

네 번째 우승컵을 먼저 차지한 것은 광주일고였다. 광주일고는 3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덕수고를 3-0으로 꺾고 황금사자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광주일고와 덕수고는 나란히 에이스 정성철과 성영훈을 내세웠다. 전날까지 정성철은 2경기에 나가 6이닝을 던져 삼진 12개에 무안타 무실점, 성영훈은 4경기 16이닝 동안 삼진 22개에 6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기에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박빙의 경기는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의 용병술로 깨졌다.

광주일고는 0-0으로 맞선 3회 1사 1루에서 최형석이 희생 번트로 1루 주자 강백산을 2루로 진루시켰다. 최고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성영훈을 흔들기 위해 선취점을 내겠다는 허 감독의 승부수였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정승민의 왼쪽 짧은 안타 때 2루 주자 강백산이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했다. 덕수고 좌익수 민정후의 송구는 원바운드된 뒤 강백산보다 한 박자 빨리 포수 쪽으로 날아왔다. 이어 강백산의 슬라이딩. 잠시 정적이 흘렀다.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포수 미트로 들어갔던 공은 홈플레이트 부근에 떨어져 있었다.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수상자
최우수선수정성철(광주일고)
우수투수장민제(광주일고)
감투성영훈(덕수고)
수훈정승인(광주일고)
타격정우성(경동고)
12타수 5안타 타율 0.417
타점김동영(충암고) 9개
안타김상수(경북고) 7개
득점이학주(충암고) 7개
홈런류기훈(제물포고) 2개
도루김상수(경북고) 4개

성영훈은 첫 실점에 급격히 무너졌다. 강민국에게 3루타, 허경민에게 왼쪽 안타를 잇달아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났다.

정성철은 9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포함해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2005년에 이어 3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허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광주일고는 8강에서 선린인터넷고, 준결승에서 서울고, 결승에서 덕수고까지 서울 팀을 모두 물리치며 호남 야구 명문의 자존심을 살렸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광주일고 교가▼

<이은상 작사 이흥렬 작곡>

무등산 아침 해 같이 눈부신 우리의 이상

극락평 강물과 함께 줄기찬 우리의 전통

보아라 높이 들린 정의의 등대 들어라

울려나는 학문의 성종 민족의 혼이 깃든

영원한 이 집 새 역사의 주인공들 자라나는

곳 열렸다 희망의 앞길 큰 포부 가슴에 찼다

일고는 이 나라의 힘 일고는 이 땅의 자랑

▽결승
광주일0030000003
덕 수0000000000

▼MVP 광주일고 정성철 15이닝 무실점 22K ‘괴물투수’▼

“부모님 얼굴이 먼저 떠올랐어요.”

우승을 한 뒤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덤덤했다. 하지만 애써 시선을 외면하는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인 광주일고 에이스 정성철(18·사진). 그는 이번 대회에서 3경기에 나가 2승을 거뒀다. 15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는 동안 3개의 안타만 내줬고 삼진은 22개를 잡았다.

그는 지난 2년간 어깨 부상으로 한 번도 전국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1년 선배인 LG 정찬헌에게 가려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탓도 컸다.

그러나 그동안 정찬헌의 투구를 옆에서 보고 배운 정성철은 2학년 말부터 실력이 부쩍 늘어 어느새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고 초고교급 투수로 불리는 덕수고 성영훈과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전국대회 첫 출전에 최우수선수까지 된 것.

덕수고와의 경기에서 최고 시속 143km를 기록한 직구는 공 끝이 좋고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꺾였다.

그는 “매번 벤치를 지키고 있던 나를 믿어주시고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찬헌 선배가 대회에 앞서 이러저런 조언을 해주고 힘을 실어줘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며 “김병현 선배 같은 훌륭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영상 취재 : 동아닷컴

▼허세환 광주일고 감독 “아직도 우승에 목마르다”▼

“너무 좋아요. 고생한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숱한 우승에 이력이 났을 법도 하지만 광주일고 허세환(47·사진)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남초-무등중-광주일고를 졸업한 허 감독은 고교 시절 ‘야구 천재’로 통했다. 1980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광주일고가 우승할 때는 전무후무한 타격 전관왕(5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마운드를 지킨 동기는 선동렬(삼성 감독)이었다.

실업팀에서 7년 더 선수 생활을 한 뒤 1992년 모교인 광주일고 사령탑을 맡았다. 서재응 최희섭(이상 KIA) 김병현 등 빅리거 3인방이 모두 그가 키운 제자다. 도중에 4년간 학교를 떠났다 2002년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광주일고 감독으로만 13년째다.

그동안 갈고닦은 지략은 이번 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울고와의 준결승에서는 투수-포수-유격수로 이어지는 짜 맞춘 플레이를 이용해 2루 주자를 견제하는 척하면서 홈을 파고들던 3루 주자를 아웃시켜 위기를 넘겼고 결승에서는 상대가 마무리로 내던 성영훈이 선발로 나올 것을 예상해 선수들에게 준비를 시켰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야구 명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4강이나 결승 진출에 만족한 적은 없습니다. 최고의 야구 명문인데 앞으로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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