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명 때문에… 명암 엇갈린 두 남자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루니 잃은 김호철 - 안젤코 얻은 신치용, 올 최후 승자는?

남자 프로배구의 동갑내기(53세) 라이벌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외국인 선수 한 명 때문에 울고 웃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 감독의 얼굴이 밝았다. 2005년 뽑은 미국 출신 숀 루니 덕분에 삼성화재의 독주를 무너뜨렸다. 2005∼2006시즌 겨울리그 10연속 우승을 노리던 삼성화재를 무력화한 루니는 토종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 좌우를 넘나들며 상대를 공략해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견인했다.

신 감독은 당시 미국에서 루니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던 윌리엄 프리디를 뽑았지만 팀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했다. 지난 시즌에도 김 감독은 루니 덕택에 브라질 출신 레안드로를 뽑은 신 감독의 자존심을 구기며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신 감독이 크로아티아 출신 안젤코 추크 덕분에 얼굴이 활짝 폈다. 당초 전문가들이 플레이오프 진출도 힘들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29승 6패로 챔프전에 직행했다. 개인타이틀 득점(805점)과 서브(세트당 0.37개) 1위 등 공격 전 부분에서 상위에 랭크된 안젤코의 활약 덕택이다.

반면 김 감독은 울상이다. 러시아로 떠난 루니를 못 잊어 하다 2월에야 브라질 출신 로드리고를 뽑아 5라운드부터 투입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이어 3위로 플레이오프에 간신히 올랐다. 라이벌 삼성화재와의 맞대결에서 2승 6패했는데 2승도 신 감독이 일부러 ‘2군’을 투입해 주는 바람에 올린 승수에 불과하다.

단기전인 포스트 시즌엔 변수가 많지만 현재로선 안젤코와 토종 선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삼성화재가 3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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