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우승 이끈 하라 감독의 ‘3대 용병술’

  • 입력 2007년 10월 4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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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센트럴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년 동안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았던 요미우리는 쉬어갈 틈 없는 강력한 TNT 타선을 구축해 주니치 드래곤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추격을 따돌렸다.

폭발적인 공격력이 우승의 원동력이었지만, 하라 타츠노리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도 우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특급 용병술로 팀의 문제점을 해결해 요미우리에 통산 40번째 우승을 안겼다.

하라가 선택한 첫번째 카드는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리드오프히터’ 기용이었다. 지난 시즌 요미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테이블세터의 부재였다. 오프 시즌 동안 ‘안타제조기’ 다니 요시모토를 영입해 2번타자 문제를 해결했지만 공격 첨병 역할을 해줄 1번타자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하라는 시범경기부터 다카하시에게 1번타자를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고,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중심타선에 활약한 다카하시는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쳐 하라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카하시는 4할이 넘는 높은 출루율로 중심타선에 많은 찬스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하위 타선에서 얻은 기회를 타점으로 연결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해냈다. 시즌 성적은 홈런 35(1위) 타점 88(9위) 타율 0.308(5위).

베스트 나인에 선정됐던 1999시즌을 능가하는 특급성적으로 생애 첫 MVP 타이틀까지 노리고 있다.

하라의 두번째 카드는 ‘우에하라 코지(31)의 마무리 전환’이었다. 우에하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발투수. 하지만 하라는 4월 30일 부상에서 돌아온 우에하라에게 마무리 임무를 맡기는 파격적인 용병술을 선택했다.

우에하라는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를 원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요미우리의 연승행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8년 동안 단 1개의 세이브도 없었던 우에하라는 5월 2일 주니치전에서의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32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정규시즌 성적은 4승 3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1.74.

처음으로 마무리투수를 맡은 탓에 시즌 후반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1-2점차 상황에서 수 없이 팀을 구해내며 요미우리의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도요타의 부진으로 많은 경기에서 역전패를 허용했던 ‘마무리 악몽’은 우에하라의 기용으로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다.

하라가 꺼낸 마지막 카드는 ‘이승엽에 대한 믿음’이었다. 지난 시즌 ‘지존’ 타이론 우즈와 치열한 홈런경쟁을 펼쳤던 이승엽은 이번 시즌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요미우리 살인타선의 유일한 구멍이었고, 특히 많은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 언론과 요미우리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 탓에 ‘먹튀’라는 오명까지 써야 했으며 6번, 7번으로 타순이 밀려나는 아픔까지 맛봤다.

하지만 하라는 이승엽을 끝까지 신뢰했다. 코칭스태프의 2군 강등주장에도 이승엽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요한 순간 해결해 줄 것이다”며 더욱 강한 믿음을 보였다.

결국 하라의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고, 이승엽은 우승의 갈림길이었던 시즌 후반 잇따라 결승타를 작렬, 요미우리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이승엽은 18일부터 시작되는 제 2스테이지와 재팬시리즈에서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뒤 2002시즌부터 요미우리의 감독을 맡은 하라 감독.

첫 해 우승을 차지한 이후 4년 연속 부진해 사퇴 압박까지 받았지만, 2007시즌 특급 용병술로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사진=하라 타츠노리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요미우리 홈페이지)]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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