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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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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으로 치면 좌우 스트레이트에 이어 강력한 어퍼컷까지 맞은 격이었다.
박세리(30·CJ)는 비틀거리며 그로기 직전까지 몰릴 뻔했지만 한겨울에 찬물로 세수라도 한 듯 정신을 바짝 차렸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박세리는 4, 5번홀 연속 보기로 흔들렸다.
반면 모건 프레셀(19·미국)은 2, 4번홀 버디로 박세리를 추월한 뒤 6번홀(파3·148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생애 첫 홀인원까지 기록했다.
전체 18개 홀 가운데 3분의 1밖에 끝나지 않았지만 챔피언 조에서 맞붙은 두 선수의 페이스는 아주 달랐다.
하지만 박세리가 누구인가. 어릴 적 공동묘지에서 담력을 키웠다는 얘기는 놔두더라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아닌가.
‘위기에서 더 강해진다’는 그는 프레셀과 하이파이브로 홀인원을 축하해 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6번홀 그린으로 이동해 7.6m 거리의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2타 차로 뒤쫓은 박세리는 8, 9번홀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에 나선 뒤 막판 4개 홀에서 3타를 줄이는 무서운 뒷심으로 마침내 정상에 섰다.
16일 미국 오하이오 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제이미 파 오언스 코닝클래식.
박세리는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프레셀(270타)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6월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이후 13개월 만의 승리로 통산 24승.
그는 LPGA투어 사상 2명밖에 없던 ‘단일 대회 5승 클럽’에 세 번째로 가입했다.
미키 라이트(시 아일랜드 오픈), 안니카 소렌스탐(삼성월드챔피언십, 미즈노클래식)이 갖고 있던 단일 대회 5승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
이번 대회에서 박세리는 한 해에 4, 5승을 올리던 예전 전성기로 되돌아간 듯했다.
티샷 할 때마다 머뭇거리던 모습은 자취를 감췄고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72야드에 이르렀다. 아이언 샷도 예리함을 되찾아 이날 버디 6개 중 3개를 이른바 ‘OK’ 거리에서 손쉽게 잡았다. 퍼트에서도 자신감을 되찾아 라운드당 평균 26.75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도 강한 정신력으로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낸 것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옥희 이어 2번째 ‘명예의 전당’
○…박세리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명예의 전당 입성도 확정지었다.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100점을 모두 채운 것. 2004년 구옥희(51)에 이어 두 번째. 박세리는 올해 말 KLPGA 시상식에서 금 375g(10냥) 상당의 트로피를 받으며 KLPGA 주관 대회 영구출전권 등 다양한 특전을 받게 된다.
▼“프레셀 홀인원이 나를 깨워… 올해 선수상 도전”▼
그만큼 그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하지만 선두를 달리다 역전을 허용한 뒤 6번 홀에서 모건 프레셀에게 홀인원까지 얻어맞았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던 게 사실.
“부럽기도 하고 황당했다. ‘이번 대회도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었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홀인원이 나를 깨웠으며 집중력도 생기게 했다.”
우승한 소감에 대해 그는 “우승은 항상 대단하고 완벽한 것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까지 장식해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만 5차례 우승하며 100만 달러 가까운 상금(99만5073달러)을 벌어들였다. 골프장 인근 도로인 ‘먼로 스트리트’는 앞으로 1년간 박세리의 이름을 딴 ‘세리 박 드라이브’로 명명된다.
이에 대해 “나와 잘 맞는 도시”라고 반긴 박세리는 “다가올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 올해의 선수상에도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뒤 이번 주 HSBC매치플레이가 열리는 뉴욕으로 이동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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