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3000”… 오늘 기쁨보다 더 큰 내일의 꿈

  • 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삼성 양준혁이 자신의 대기록이 새겨진 잠실구장 전광판을 배경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삼성 양준혁이 자신의 대기록이 새겨진 잠실구장 전광판을 배경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양준혁이 9일 두산전 9회 이승학의 초구를 받아쳐 2000개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준혁이 9일 두산전 9회 이승학의 초구를 받아쳐 2000개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3000안타,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못할 것도…

욕심일 수도 있고 어렵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의지가 있다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혼자 계산을 해봤다. 7년 몇 개월이 걸리더라. 그때면 내 나이 45세다. 지금처럼 한다면 못 이룰 꿈도 아니다.

내 야구에 답은 오직 하나… 공 한개에 최선

야구엔 답이 없다. 단 한 가지 기준은 있었다. 1구 1구에 혼을 실어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래야 미련이 없을 것 아닌가. 야구 선수에겐 내일이 없다. 링에 올라와 순간을 위해 싸우는 권투 선수와 같다.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쓰러져야 하는 운명이다.

만족하는 순간 그건 끝… 참고 기다린다

난 항상 자신을 가만두지 않았다. 만족하는 순간 그건 바로 끝이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주연을 하다가 ‘행인 1’이 되면 물론 힘들다. 팀을 위해서라도 헌신해야 한다. 참고 기다리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

난 2인자… 못 겪어본 자 그 설움 모른다

난 항상 2인자였다. 겪어 보지 않으면 그 설움을 모른다. 한 해도 우뚝 서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찌 보면 그런 모습이 내겐 더 잘 어울린다. 지휘관은 몰라도 참모는 자신 있다. 선수협 사태 때도 부회장(회장은 한화 송진우) 아니었나. 이승엽(요미우리)과 함께 뛸 때도 그를 더 빛나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2인자로 보낸 15년의 결실을 요즘 맛보는 게 아닌가 싶다.

야구에 미친 놈, 이승엽은 나의 스승

항상 나를 일깨워 주는 선수다. 후배지만 스승이다. 기술과 마음가짐 모든 게 나보다 두 수는 위다. 한마디로 ‘야구에 미친 놈’이다. 승엽이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54홈런을 쳤을 때 외다리 타법을 버리더라. 내가 “너 미쳤냐”고 했다. 그러나 몇 년 있다가 56홈런을 쳤다. 그렇게 하니까 지금 저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미국 선수들 볼넷 얻고도 1루 슬라이딩

1994년 미국에 교육리그를 갔다. 거기 선수들 정말 죽기 살기로 하더라. 볼넷 얻고 1루에 슬라이딩하는 것도 봤다. 그 친구들에게 야구는 ‘신’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야구에 대한, 또 신에 대한 모독이다. 요즘 젊은 애들 살살 뛰는 거 보면 정말 화가 난다.

2002년 삼성 우승 때 너무 기뻐 울었다

자유계약선수(FA)로 LG에서 삼성에 돌아온 2002년 우승한 뒤 승엽이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야구 시작한 이후 아마추어 때고 프로 때고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었다. 별짓을 다 했는데도 못했다. 살아오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야구 아니었다면 누가 내 이름 소리쳐 불러 주겠는가

뭐라고 해야 하나.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삶이다. 야구가 전부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게 인생 아닌가. 다만 야구 선수가 아닌 양준혁은 상상할 수가 없다.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누가 내 이름을 소리쳐 불러 주겠는가.

:양준혁은 누구:

△생년월일=1969년 5월 26일 △체격=188cm, 95kg △출신교=대구상고-영남대 졸업 △미혼 △프로 경력=1993년 삼성 입단, 1999년 해태(현 KIA), 2000∼2001년 LG, 2002년 삼성 복귀 △주요 기록=1993년 신인왕, 타격왕 4회, 최다안타 2회, 타점왕 1회, 사이클링안타 2회, 골든글러브 7회, 올스타전 13회 출전,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1993년∼올해), 9년 연속 3할 타율(1993년∼2001년),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1993∼2006년)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전문가들이 본 양준혁 강점

‘노력으로 만들어진 타격의 달인.’

양준혁이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한 원동력은 꾸준한 노력이라고 야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선동렬 삼성 감독=양준혁의 강점은 선구안이 좋아 유인구에 잘 속지 않고 타격할 때 몸이 유연하다. 양준혁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뒤 15년 만에 대기록을 세웠다. 반면 일본에서 현역 최다안타(2431개)를 기록 중인 주니치의 다쓰나미 가즈요시는 고교 졸업 직후인 1988년 프로에 입문해 활동기간이 훨씬 길었던 점을 감안하면 양준혁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김재박 LG 감독=15년 동안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양준혁은 대단한 선수다. 자기 관리가 그만큼 철저하다.

▽김경문 두산 감독=양준혁이 2000안타 기록을 내기까지 경기에 임한 자세를 칭찬하고 싶다. 그는 내야땅볼을 쳐도 1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양준혁의 남다른 신체 비밀은

2000안타를 돌파한 양준혁은 38세의 나이에도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하나마쓰 고지 트레이닝 코치는 “양준혁의 몸은 전혀 유연하지 않다”고 했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도 마찬가지다. 둘은 워낙 뻣뻣해 스트레칭을 많이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마쓰 코치는 “나이 든 선수들은 순간적인 움직임 때 곧잘 근육이 파열된다. 그러나 양준혁은 잘 찢어지지 않는 근육을 갖고 있다. 이른바 근육의 질이 좋다”고 말했다. 하체 및 상체의 운동 스피드 역시 최상급이라고. 양준혁이 15년 넘게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양준혁 본인은 “원래 내 몸이 ‘통뼈’다. 눈도 좋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시력 검사를 하면 항상 2.0이 나온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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