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희와 ‘154km’ 돌직구

  • 입력 2007년 3월 22일 1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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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로 명성을 날렸던 故 박동희 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돌직구로 명성을 날렸던 故 박동희 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22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동희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파워피처 중 한 명이었다.

야구팬들은 강력한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삼진 처리하는 투수들을 바라보며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박동희의 패스트볼은 파워피처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함을 자랑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을 뿌렸으며, 프로 입단 당시에는 ‘제 2의 선동열’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로 남다른 위력을 뽐냈다.

‘비운의 강속구 투수’ 故 박동희 씨

제구력 난조, 잦은 부상, 패스트볼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변화구 부재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폭발 시키지 못했지만, 세계를 평정했던 챔피언 문성길의 ‘돌주먹’ 펀치처럼 박동희의 피칭에는 팬들을 흥분시키는 짜릿함이 담겨 있었다.

야구팬들과 전문가들은 그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돌직구’로 표현했다. 종속이 좋아 홈플레이트를 지날 때에도 빠른 스피드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에 맞아도 장타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그가 패스트볼로 당대 최고의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1990년대 중후반을 대표했던 이대진의 돌직구, 2000년대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 오승환의 돌직구도 일품이지만, 최고구속 154km를 기록했던 박동희의 돌직구는 단연 으뜸이었다.

만약 패스트볼과 함께 구사할 수 있는 수준급 체인지업이나 변화구가 있었다면 그의 패스트볼은 더욱 강력한 힘을 뿜어냈을 것이며, 어렵지 않게 최고투수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명성을 프로에서 잇지 못한 채 59승 50패 58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이라는 평범한 통산 성적을 남긴 박동희. 하지만, 그의 선수생활을 기록으로 표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전율이 느껴졌던 그의 돌직구는 기록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트볼 하나만으로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투수, 패스트볼만으로 타자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투수.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돌직구는 팬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다.

‘비운의 강속구 투수’ 故 박동희 씨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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