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LPGA 데뷔 김송희

  • 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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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이 많아 반바지나 치마 대신 늘 긴 바지만 고집하는 소녀. 그런데 필드에서 보이는 강인한 근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미국의 스포츠전문 ESPN은 최근 ‘안니카 소렌스탐을 닮은 카리스마를 지녔다’며 그를 극찬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대형 유망주’ 김송희(19·휠라코리아·사진).

2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필즈오픈이 개막된 하와이 코올리나GC에서 그를 만났다. 올 시즌 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김송희는 ‘준비된 신인왕’이란 평가 속에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주위의 기대가 커 부담이 큽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기도 하지만 빨리 적응해야죠.”

김송희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격’인 LPGA 퓨처스투어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머쥐며 상금왕에 올랐다. 그 덕분에 퓨처스투어 상금 상위 5명에게 주어진 LPGA 정규투어 풀시드를 따냈다.

“퓨처스투어와 LPGA투어는 너무 다르더군요. 낮은 곳에서 엄청 높은 데로 온 것 같아요.”

○ 지난해 퓨처스투어 최연소 우승-상금왕 차지

김송희는 지난해 퓨처스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5차례나 우승컵을 안았지만 대회 평균 우승 상금은 1만 달러(약 940만 원) 수준. 퓨처스투어 대회당 총상금 규모는 고작 LPGA투어 대회 우승 상금의 절반 정도인 7만5000달러 안팎이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미니 밴에 지친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을 돌며 하루에 15시간 이동한 적도 있다. 9개월 만에 차량 이동거리가 10만 km에 이르렀다고.

“아빠가 졸린 눈을 비비고 핸들 잡으시는 걸 보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저도 지난달 운전면허를 땄어요.”

김송희는 메이저 우승의 꿈을 간직한 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았다. 지난해 4월 루이지애나 퓨처스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만 17세 10개월)을 갈아 치우더니 5월 IOS클래식에선 역대 타이인 9홀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태권도 공인 2단인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싱글 골퍼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타고난 운동신경에 지고는 못 참는 성격으로 중학교 때부터 국내 정상으로 발돋움했다.

○ 키 172cm… 260야드 넘는 장타 일품

고2 때인 2005년 프로로 전향해 미국으로 건너가 18세 이상의 나이 제한에 걸려 참가할 수 없었던 퓨처스투어에 탄원서까지 제출한 끝에 어렵게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1위로 합격했다. 172cm의 뛰어난 신체조건에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갖췄고 침착한 성격으로 쇼트 게임도 뛰어나다.

올해 초 휠라코리아와 2년간 10억 원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폰서 계약을 해 안정적인 투어 생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 달 연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는 그는 “깜짝 스타보다는 꾸준하고 성실한 선수라는 평판을 오래도록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호놀룰루=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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