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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5일 1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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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박찬호와 호흡을 맞출 2명의 포수 폴 로두카와 라몬 카스트로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박찬호의 화려한 부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로두카는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포수.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한솥밥을 먹은 바 있으며, 이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포수로 성장했다.
반면 카스트로는 백업 포수로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낸 선수. 2005시즌 99경기에 나선 것이 한 시즌 최다 출전이다. 이 때도 주전 포수였던 마이크 피아자가 무릎 부상과 포지션 변경 등으로 100경기에 가까운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탐 글래빈, 올랜도 에르난데스 등 메츠의 선발투수 중 전담포수를 따로 두는 투수는 없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로두카-카스트로와 고르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태.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로서는 자신의 전담포수를 두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투수가 특정 포수와 짝을 이루는 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랙 매덕스처럼 안정된 투구내용만 보여준다면 전담포수 체제는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박찬호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베테랑. 윌리 랜돌프 감독이나 릭 피터슨 투수코치의 동의를 구한다면 시즌 내내 자신이 원하는 투수와 배터리를 이룰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박찬호가 포수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피칭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편. 호흡을 맞추는 포수의 특성과 리드에 따라 투구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LA 다저스에서의 채드 크루터. “박찬호 덕에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크루터-박찬호 콤비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선보였다. 박찬호는 지금도 매년 겨울 크루터를 찾아 동계훈련을 함께 할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다저스에서 성공적인 투수생활을 했던 박찬호가 텍사스에서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도 크루터처럼 편하게 박찬호를 리드할 수 있는 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팀 메츠에서 전담포수를 두게 된다면 카스트로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로두카와 호흡을 맞춘 바 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머지 않아 로두카-박찬호 조합은 결렬됐고, 박찬호는 다시 크루터와 짝을 이뤘다. 시간이 흘러 로두카의 기량과 포수리드가 급성장했지만 다저스 시절의 기억은 두 선수가 다시 짝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마이크 피아자, 이반 로드리게스의 예를 보더라도 카스트로쪽으로 기울게 된다. 피아자와 로드리게스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는 특급 포수들. 하지만 박찬호는 거물급 포수들보다 자신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포수들과의 호흡 때 더 나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포수의 리드와 의견이 앞설 경우 자신의 가지고 있는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것.
예전과 달리 로두카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데다 리더쉽까지 강한 편이어서 두 선수의 조합은 로드리게스와 배터리를 형성했을 때와 같은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카스트로의 수비 능력이 수준급이고, 큰 체격을 갖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 공격력에서는 로두카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수비 능력 만큼은 밀릴 것이 없다. 또 체격이 왜소한 로두카와 달리 넉넉한(?) 덩치를 갖고 있어 박찬호가 마음 놓고 공을 뿌릴 수 있다.
만약 박찬호가 카스트로와 짝을 이룬다면 로두카는 중요한 순간 대타로 나오거나 인터리그시 지명타자로 출전해 공격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갓 메츠에 입단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담포수를 선택하는 것은 이른감이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여러 테스트를 해보며 최상의 조합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부활을 이끌어줄 ‘제 2의 채드 크루터’가 필요한 2007시즌이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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