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父子 24년만의 金대물림…장선재 日따돌리고 우승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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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짜릿해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사이클 남자추발 정상에 오른 장선재(왼쪽)가 시상식 직후 코치이자 아버지인 1982년 뉴델리 대회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장윤호 씨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도하=강병기  기자
“아버지, 짜릿해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사이클 남자추발 정상에 오른 장선재(왼쪽)가 시상식 직후 코치이자 아버지인 1982년 뉴델리 대회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장윤호 씨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도하=강병기 기자
아들은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 사이클 도로단체 독주 금메달리스트였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이클을 가르치고 싶었다. 아들은 처음에 다른 운동을 하고 싶어 했지만 점차 사이클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아버지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은 카타르 도하에서 24년 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이 결정된 순간, 트랙 한가운데에 서 있던 아버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려는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국 사이클의 희망’ 장선재(22·대한지적공사)가 10일 어스파이어홀에서 열린 2006 도하 아시아경기 사이클 남자 트랙 4km 개인추발 결승에서 4분 35초 433의 기록으로 4분 42초 081에 그친 일본의 니스타니 다이지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2005, 2006년 연속으로 아시아선수권 4km를 제패한 장선재는 전날에도 4분 30초 35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결승 진출을 확정하는 등 올해에만 벌써 네 번이나 한국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초반 무리하지 않는 작전을 펼쳤던 장선재는 16바퀴 가운데 마지막 4바퀴를 남겨 놓고 폭발적인 스퍼트를 과시했다.

장선재의 아버지인 장윤호(45) 씨는 현재 사이클 대표팀 중장거리 부문 감독을 맡고 있다. 소속팀에서도 코치로 아들을 지도한다.

“아버지가 너무 엄하셔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자유롭지 못해요. 그래도 ‘감독님’으로서는 배울 게 정말 많아요.”

장선재의 동생은 10월 전국체전 사이클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딴 고교(의정부 공고) 졸업반 장찬재. 동생도 최근 아버지와 형이 있는 대한지적공사에 입단했다. 삼부자가 한 팀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장선재는 “저보다 훨씬 더 운동신경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동생을 치켜세웠다.

이번 대회 두 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한 장선재는 “아시아경기에서 3회 연속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2010년 열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형과 동생이 금메달을 놓고 다툴지도 모른다.

도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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