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이운재 못 뛰나 안 뛰나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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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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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이운재가 벤치만 지키고 있다.

7월 15일을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무려 20경기.

“컨디션은 최상” 이 짧은 한마디 외엔 말이 없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정규리그 최종전 출전 권유를 그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과연 진실은 뭘까. 이운재의 닫힌 입은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축구 최고의 수문장. 그의 자리는 언제부터인가 그라운드의 골문 앞이 아닌 벤치였다.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 K리그 2006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도 그랬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활약한 ‘철벽 수문장’ 이운재(33·수원 삼성·사진).

그는 팔짱을 낀 채 벤치에 앉아 묵묵히 챔프전을 지켜봤다. 수원의 1-2패. 이운재는 말없이 준우승팀 시상식 때 시상대 왼쪽 맨 끝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 식이 끝난 뒤 제일 먼저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벤치에서 소속팀이 준우승에 그치는 것을 지켜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아쉽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운재는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인 7월 15일 경남 FC와의 삼성하우젠컵에서 전반에 뛰고 교체된 뒤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K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후배 박호진이 줄곧 골문을 지켰다. 이운재는 챔피언 결정 1, 2차전을 포함해 20경기를 벤치만 지켰다. 7월 26일 오른쪽 무릎을 다쳐 3주간 쉬긴 했지만 컨디션이 회복된 뒤에도 줄곧 벤치 신세였다. K리그 올스타전(8월 20일)과 아시안컵 예선 대만전(9월 6일)에서는 뛰었다.

그런데 왜 소속팀에선 벤치만 지키고 있을까.

일부에서는 차범근 수원 감독과의 불화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운재나 차 감독은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한다. 차 감독은 “이운재가 경기에 뛸 수 있는 컨디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호진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 왔다. 박호진이 골문을 지킨 뒤 후기 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팀이 안정된 전력을 보인 것도 사실.

하지만 일부 축구전문가는 다른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이운재가 세계에서도 이름을 알아주는 스타라면 ‘스타 마케팅’ 차원에서 홈경기에 단 몇 번이라도 뛰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 단 한 번도 뛰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축구인은 “차 감독이 이운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감독의 편견 때문에 아까운 인재가 죽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 감독은 “11월 5일 전북 현대와 K리그 마지막 경기에 뛰라고 했는데 이운재가 ‘올 시즌을 뒤에서 마감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이운재. 그의 한 지인은 “시즌이 끝나면 뭔가 터질 수도 있다”고 했다. 수원은 12월 3일 전남 드래곤즈와 축구협회(FA)컵 결승이 끝나면 올 시즌을 마감한다. “컨디션은 최상”이라는 이운재. 왜 계속 벤치를 지켰을까.

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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