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연 지단… 佛TV출연 “어머니-누이 모욕”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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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프랑스)이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박치기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다.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박치기 퇴장’을 당한 지단은 13일 프랑스 TV ‘카날 플뤼스’에 출연해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가 내 어머니와 누이를 모욕하는 심한 말을 해 격분했다”고 밝혔다.

지단은 “마테라치가 몇 차례 나의 셔츠를 잡아 당겨 ‘셔츠를 원한다면 경기 끝나고 주겠다’고 하자 마테라치가 나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해 매우 거친 말을 했다. 내가 무시하려 하자 마테라치가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지단은 “당시엔 마테라치의 턱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단은 마테라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지단은 “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안다. 그날 내 모습을 지켜본 전 세계 20억 명의 사람과 특히 어린이들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내 행동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한다면 이는 마테라치가 옳았다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단은 마테라치가 자신을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불렀다는 그동안의 추측에 대해선 부인했다.

만일 지단이 진실을 말했다면 마테라치의 주장과 차이가 난다.

마테라치는 최근 “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지단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 마테라치는 “나는 지단의 유니폼 상의를 잠깐 잡았을 뿐인데 지단은 돌아서서 극도로 거만하게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정말 내 유니폼이 갖고 싶으냐. 경기가 끝난 뒤 주마’라고 했다. 이 때문에 지단에게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마테라치는 당시 10개월 된 딸을 걸고 맹세했다. 마테라치는 “지단은 항상 나의 영웅이었다. 그에게 크게 감탄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렇다면 누가 옳을까. 지단과 마테라치의 주장을 종합하면 어머니와 누이 부분에서만 다르다. 이에 대해 축구 관계자들은 “마테라치가 각국 문화에서 가장 흔히 하는 욕을 했는데 이를 지단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종의 문화 차이일 수 있다는 얘기. 결국 마테라치가 지단의 어머니나 누이와 관련된 말을 한 것은 사실인데 마테라치의 입장에선 사소한 욕이었고, 지단의 입장에선 엄청나게 기분 나쁜 욕이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진상 조사를 벌여야만 마테라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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