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늙은 수탉의 화려한 변신’

  • 입력 2006년 7월 6일 14시 11분


코멘트
‘늙은 수탉’을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뢰블레 군단 프랑스가 당초의 예상을 비웃으며 2006독일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조별 예선에서 스위스, 한국에게 연거푸 비기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결승 진출을 예상한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결승 토너먼트에서부터 저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 등 상대한 팀들도 하나 같이 우승후보들이었다. ‘한 물 갔다’는 세인들의 평가가 머쓱해 졌을 정도로 프랑스의 플레이는 전성기 못지않았다.

프랑스의 플레이가 살아 난 것은 지네딘 지단의 부활이 컸다. 조별예선에서 다소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으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특유의 현란한 경기 운영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브라질과의 8강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은퇴를 앞둔 선수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지단이 살아나자 프랑스의 미드필드진도 덩달아 강해졌다. 파트리크 비에라와 클로드 마켈렐레 등 베테랑들이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고 미드필드 진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전방의 티에리 앙리에게 원활한 볼 공급이 가능해 졌다.

수비 역시 탄탄했다. 프랑스가 이번 월드컵 6경기에서 내준 골은 고작 2골. 이중 필드골은 조별예선에서 한국의 박지성에게 내준 것이 유일했다. 초호화 삼바군단도, 승승장구하던 포르투갈도 프랑스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윌리 사뇰, 윌리암 갈라스, 릴리앙 튀랑, 에리크 아비달 등으로 이루어진 포백 수비진은 세계 최고라는 이탈리아 ‘빗장수비’에 전혀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수문장 파비앵 바르테즈도 든든하게 골대를 지켰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16강 들어 갑자기 경기력이 살아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조별예선에서 고전했던 것은 단지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 프랑스는 0-0으로 비긴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명백한 핸들링 반칙에도 불구하고 패널티킥을 얻지 못했다. 이어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논란이 된 비에라의 헤딩슛이 만약 골라인을 넘은 것으로 판정됐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3전 전승이 가능했던 조별예선 결과가 1승 2무로 G조 2위가 된 것은 프랑스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프랑스는 이제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일전을 남겨두고 있다. 공격력과 체력 등에서 이탈리아의 근소한 우위가 점쳐지기도 하지만 뢰블레 군단의 저력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프랑스를 철저하게 폄훼했던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쯤 자신들이 내놓았던 섣부른 평가를 어떻게 뒤집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