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스위스와 무승부…한국, 샴페인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될까 두렵다.”

한국이 토고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난 뒤 대한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해외에서 첫 승을 거둔 날이라 의미가 깊다”면서도 “앞으로 2패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16강전 진출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쁨 속에서도 ‘아직 불안하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한국은 19일 프랑스, 24일 스위스와 잇달아 맞붙는다. 두 팀 모두 강적이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14일 0-0으로 비겼다. 현재로서는 한국이 G조 1위다.

다급해진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한국전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등 세계 정상급의 공격수와 슈퍼스타 지네딘 지단을 거느린 프랑스가 한국을 반드시 꺾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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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에 목마른 것은 스위스도 마찬가지. 스위스는 다음 경기인 토고전에서 반드시 승리한 뒤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운명을 결정지으려 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전력투구로 나오는 프랑스와 스위스를 상대해야 한다.

한국은 토고에 역전승을 거뒀지만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전의 경기 내용이 특히 나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최진한 전 대표팀 코치는 “선수들이 너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려 한다. 과감한 돌파나 창의적인 전술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반전을 평가했다.

이 같은 모습은 4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도 드러났던 문제였다. 당시 경기를 지켜봤던 황선홍(전남 드래곤즈 코치) SBS 해설위원은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적어 공간 창출이 안 되고 있다. 특히 좌우 측면 공격수들이 제자리를 고수하려고만 해 팀 전체의 공격 패턴이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은 토고전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압박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토고의 개인기를 잡기 위해 그물 같은 압박 전술을 준비해 왔지만 결국 상대의 빠른 스피드를 잡지 못하고 돌파를 허용하며 선제골을 내주었다.

한국의 남은 상대인 프랑스와 스위스가 미드필더에서 상당한 압박을 구사했던 점에 비춰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의 압박 플레이가 실종된 것은 현지 기온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가 끝난 뒤 딕 아드보카트 한국 감독은 “너무 더워서 선수들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거기다 경기장의 뚜껑을 덮고 진행해 습기 높은 사우나 같은 환경에서 뛰느라 한국 특유의 압박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하고 압박을 좀 더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프랑스는 스위스전에서 앙리가 날카로운 경기력을 자랑했지만 그들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프랑스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스위스의 강한 압박과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한국이 사우나 같은 경기장에서 격전을 치르느라 체력을 소모했지만 프랑스도 줄기차게 뛴 스위스와 대단한 체력전을 벌였다.

한국으로서는 프랑스전에서 미드필더 지단을 봉쇄하기 위해 중원에서의 주도권 싸움을 더 격렬하게 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또다시 상당한 체력전을 벌여야 한다. 한국 미드필더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닌 점이 염려되는 부분.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기대했던 첫 승을 올렸기에 팀 분위기가 상당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한국 특유의 정신력과 신바람을 바탕으로 투혼을 발휘하면 프랑스를 넘어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을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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