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엉터리 룰’아웃시켜라…한국, 日에 두번 이기고도 탈락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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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회에서 두 번을 이기고도 또 만나다니….’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한국이 다시 일본과 맞붙게 되자 언론사에는 대회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야구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2개 조로 나뉜 본선에서 조별로 1, 2위 팀이 가려지면 한 조의 1위 팀과 다른 조의 2위 팀이 대결을 벌이는 게 일반적인 토너먼트 방식. 하지만 대회를 주최한 미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만든 규정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세 번째 만났고 결국 한 번을 지고 말았다.

미국은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자국의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야구 강국과 대회 도중에 만나기를 꺼렸다. 내심 만만하다고 여기는 아시아 국가들과 한 그룹이 되어 그들을 누르고 결승에서 힘 빠진 중남미 강국과 한판 결전을 벌이려고 했던 것. 하지만 장본인인 미국은 4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고 그들이 만든 생뚱맞은 규정의 최고 수혜자는 일본이 됐다. 일본은 본선에서 1승 2패를 기록하고도 미국보다 회당 실점이 적어 기적적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또한 이번 대회는 오심으로도 얼룩졌다. 유리한 규정만으로는 성에 안 찬 미국이 노골적인 편파 판정으로 승부마저 좌지우지하려 한 것. 미국은 14일 일본전에서 득점을 빼앗아 승리한 데 이어 17일에는 멕시코의 마리오 발렌수엘라의 파울 폴을 맞힌 홈런을 2루타로 선언해 세계 야구팬들의 빈축을 샀다. 미국 마이너리그 심판인 밥 데이비슨은 일본전에서는 주심으로, 멕시코전에서는 1루심으로 나와 부적절한 애국심을 발휘해 주최국 미국에 망신을 주었다.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배리 지토(오클랜드) 등과 일본의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등이 소속팀의 반대로 출전하지 못한 것도 첫 대회의 권위에 흠을 남겼다.

‘야구의 월드컵’을 내세우며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이래저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회로 남게 된 WBC. 2회 대회는 월드컵이 열리는 2010년을 피해 2009년에 개최되고 그 이후에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릴 예정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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