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스포츠용품의 또다른 올림픽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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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스타들을 내세운 대리전이기도 하다. 여자 마라톤의 노구치 미즈키(일본)가 23일 우승 직후 TV 카메라 앞에서 아식스 신발을 벗어 들어 보인 것은 스폰서 광고 의도로 볼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4 아테네 올림픽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스타들을 내세운 대리전이기도 하다. 여자 마라톤의 노구치 미즈키(일본)가 23일 우승 직후 TV 카메라 앞에서 아식스 신발을 벗어 들어 보인 것은 스폰서 광고 의도로 볼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0 시드니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 ‘총알 탄 사나이들’의 대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모리스 그린(미국)은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기 전에 황금색 나이키 육상화를 벗어 스탠드에 던졌다. 그 한 장면으로 팬들의 뇌리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육상화를 만드는 기업은 나이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스타플레이어들의 자존심 경쟁 못지않게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금메달 경쟁’이 불꽃을 튀고 있다. 남자 육상의 그린과 저스틴 케이틀린(미국), 남자 수영의 이언 소프(호주), 마이클 펠프스(미국)…. 스타플레이어를 내세운 ‘대리전’ 등으로 올림픽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스포츠 용품업체들의 물밑 작업이 볼 만하다.

◆스타 내세워 홍보

▽스타를 잡아라

스포츠용품업체들은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연간 수백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를 주고 스폰서를 맡는다. 이유는 광고효과 때문.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라이벌사 선수와의 경쟁에서 패배하면 홍보효과로선 최악이 되는 셈이라 용품업체들은 매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아디다스는 남자 100m의 간판스타 그린을 잡아 시드니의 악몽을 털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2년간 슬럼프에 빠진 그린을 나이키가 버리자 낚아챘지만 미국의 신예 저스틴 게이틀린이 23일 열린 100m결승에서 9초85로 우승하는 바람에 ‘복수’에 실패했다. 반면 미국 대표팀 스폰서인 나이키는 그린을 버리고 떠오르는 신예 게이틀린을 잡아 재미를 톡톡히 봤다.

반면 아디다스는 21일 끝난 수영에서는 이언 소프(호주)를 내세워 큰 홍보효과를 누렸다. 시드니 대회 때부터 소프를 스폰서해 온 아디다스는 과학의 산물인 ‘제트 콘셉트’란 전신수영복을 선보여 빅 히트를 쳤다. 수영 용품 전문 업체 아레나도 수영에서 6관왕에 오르며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오른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통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자마라톤에선 나이키가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 폴 터갓(케냐)을 내세워 세계 마라톤 시장을 잡고 있는 아식스의 아성에 도전한다. 아식스는 이봉주(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 선수들과 일본 선수들을 스폰서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 양궁 경기장에서 한 선수가 활 제조사 호이트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는 활을 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언론 노출 극대화

▽언론을 잡아라

23일 열린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일본의 노구치 미즈키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TV 카메라 앞에서 아식스 마라톤화를 벗어 들어보였다. 단 몇 초라도 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의도. 그린이 시드니에서 육상화를 벗어 던진 것도 스포츠용품업체의 치밀한 작전에서 나온 것. 그린은 기자회견장에서 “이건 내 스폰서 업체 물품이 아니다”라며 생수 병까지 테이블에서 내려놓을 정도로 스폰서 보호에 앞장선다.

양궁에서 궁사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 어김없이 ‘호이트’란 글귀를 볼 수 있는 것도 양궁 용품업체 호이트의 언론 노출 작전의 결과다. 신문 사진이나 TV 화면에서 용품업체들의 로고가 유독 크게 보이는 것도 업체들이 머리를 싸맨 결과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나타난다. 스포츠 용품업체의 로고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로고의 크기를 제한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남자 유도의 이원희는 시상식 때 한국선수단 공식 후원업체인 페루자 유니폼을 입지 않고 유도를 스폰서하는 프로스펙스 옷을 입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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