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역도 12년만에 메달 이배영

  • 입력 2004년 8월 19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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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銀바벨“으랏차.” 2004 아테네 올림픽 역도 남자 69kg급에 출전한 이배영이 힘차게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국은 이배영의 은메달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역도경기에서 메달을 땄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힘찬 銀바벨
“으랏차.” 2004 아테네 올림픽 역도 남자 69kg급에 출전한 이배영이 힘차게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국은 이배영의 은메달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역도경기에서 메달을 땄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후회없는 한판… 銀따도 즐겁네요”

“체중적어 승산” 과감한 마지막도전 불발

단순해 보이는 역도지만 다른 어떤 종목만큼이나 작전이 중요하다.

‘스마일 헤라클레스’ 이배영(25·경북개발공사)은 19일 그리스 니카이아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69kg급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192.5kg에 도전하려다 195kg으로 2.5kg을 더 늘렸다. 1위를 달리던 장궈정(중국)에게 5kg 차이로 뒤진 2위여서 성공할 경우 인상 용상 합계 347.5kg으로 타이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 이럴 경우 체중차로 메달 색깔을 가리는 데 계체량에서 이배영은 68.43kg을 기록해 68.74kg의 장궈정보다 적게 나왔다.

이제 바벨만 힘껏 들어 올리면 체중 310g 차이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상황.

구상을 끝내고 경기장에 오른 이배영은 술렁거리는 관중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오른쪽 손가락을 입에 댄 뒤 심호흡을 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힘차게 바벨을 잡고 들어 올렸지만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용상 1, 2차 시기에서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 같아 중심을 뒤로 잡았는데 너무 지나쳤던 게 실패 원인.

잠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던 이배영은 곧 끝까지 최선을 다한 자신의 도전에 후회는 없다는 듯 활짝 웃으며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워낙 잘 웃다보니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 신화통신 여기자로부터 “은메달을 따고도 그렇게 웃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 이에 대해 그는 “스포츠맨이라면 누구나 최정상이 목표다. 나 역시 그렇다”면서 다시 웃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배영은 라이벌 장궈정이 감량 부담이 있어 몸무게 차이로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어느 때보다 체중 조절에 신경 썼다. 경기 5일 전부터 식이요법에 들어가 과일과 야채만 먹었다. 그러다 보니 이날 도핑에서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애를 먹어 0.5L짜리 생수를 5병이나 마신 뒤 2시간 걸려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한국 역도의 산실인 전북 순창고 출신으로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시작한 이배영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병관 선배 이후 처음으로 메달을 따 기쁘다”며 “주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힘들고 외로운 역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데 대해 “역도의 도는 길 도(道)자를 쓴다. 도인이 되기 위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듯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면서 육체를 단련한다”고 말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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