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삼성전자)가 5일(현지시간) ‘신화의 땅’ 그리스 아테네에 입성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을 제패해 한국 간판 마라토너로서 역사에 남을 전설을 쓰기 위해서다.
올림픽 마라톤 월계관. 국내 선수로는 1936 베를린 올림픽 때 고 손기정 선생, 1992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황영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써 본 ‘꿈의 왕관’이다.
한국 최고기록 보유자(2시간7분20초),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2001보스턴 마라톤 챔피언…. 이봉주가 국내외 최강자로 군림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던 이유는 바로 올림픽 월계관을 못 썼기 때문. 10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발상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 한을 떨쳐내는 것은 물론 세계 마라톤사에도 길이 남을 대업. 그러기에 레이스 현장으로 가는 그의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해 봐야쥬∼. 최선은 다했어유∼.”
언제나 그렇듯 겸손한 말투. 이봉주는 올림픽 전초전인 3월 14일 2004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15초의 좋은 기록으로 5위를 한 뒤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훈련에 매달렸다. 하루 평균 35∼40km의 강행군. 4월 대전 계족산 산악도로, 5월 해발 1800m의 중국 쿤밍 1차 고지훈련, 6, 7월 강원 횡계 장기 거리주훈련, 7, 8월 초 해발 1890m 스위스 생모리츠 2차 고지훈련.
이봉주는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100여km 떨어진 전원도시 시바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현지 적응훈련에 돌입한다. 8일에는 아테네 마라톤 코스 중 가장 어려운 15∼32km 구간 중 일부를 직접 달리는 실전 체험을 한다. ‘지옥의 코스’로 불리는 아테네 클래식 코스 중에서도 이 구간은 최고 표고차 200여m로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최대 승부처가 될 지점.
90년 10월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풀코스에 32번 도전해 31번 완주한 ‘달리는 인간기관차’ 이봉주. 그가 이제 대망을 안고 아테네에 입성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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