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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26일 0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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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90분 동안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은 태극전사들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지친 얼굴로 기자회견을 위한 믹스트존에 들어선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굳게 다문 입가에서 치열했던 승부가 내비쳐졌다. 안정환과 이천수 차두리 등 신세대 스타들은 결승 진출 실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인터뷰 요청도 거절한 채 고개를 떨구고 경기장을 떠났다.
‘주장’ 홍명보는 “최선을 다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면서 “그래도 후회는 없고 남아 있는 3, 4위전에서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문장 이운재는 “졌는데 무슨 말이 필요 있겠느냐”며 “대구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려했던 대로 2경기 연속 연장을 치른 데다 독일보다 하루를 덜 쉰 데 따른 체력 부담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황선홍은 “정상 컨디션에서 맞붙었다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며 “후반 들어 더욱 힘이 달려 독일의 페이스에 끌려 다닐 때는 힘들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지성 역시 “조별리그보다 많이 지치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진 반면 독일은 신체조건이 월등히 앞섰다”고 지적했다.
경기 막판 아쉬운 수비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진 대목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듯이 보였다. 안면보호대까지 하고 악착같은 수비를 펼친 김태영은 “패스 미스 하나로 무너져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럽다”며 가슴을 쳤다. 유상철도 “수비수들의 판단 착오가 뼈아팠다”고 했으며 황선홍은 “경기 종료 15분전 골을 내줘 만회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비록 상대팀이었지만 독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황선홍은 “8년 전 94미국월드컵 때보다 독일은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갔으며 당시 후반에 2실점했던 기억 때문인지 시종일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홍명보와 김태영도 “공격과 수비에서 한국전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나온 느낌이었다”고 되돌아봤으며 이운재는 “우리를 이긴 독일이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