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브랜드가치 급상승…수출-투자 유치로 이어가야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5분


한 국가의 이미지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을 통해 축적된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도 단기간의 이벤트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월드컵 4강 진출과 폭발적인 길거리 응원을 통한 한국의 이미지 변화는 이런 상식을 깨고 있다.

한 달 동안 계속해서 TV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한국 축구팀의 투혼과 기적 같은 승리, 활화산 같은 붉은 악마들의 길거리 응원전의 감동이 어우러진 결과다.

KOTRA의 각국 무역관장들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코리아 열풍’을 일회성 이벤트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월드컵 이후에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붉은 악마에 감동한 유럽〓독일 언론은 요즘 감성이 듬뿍 담긴 한국 관련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벨트는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은 다음날인 19일 ‘동방의 태양이 한국에서 불을 뿜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축을 흔드는 응원의 붉은 물결을 감동적인 필체로 보도했다.

신현길 뮌헨 무역관장은 “요즘 독일 사람만 만나면 한국팀의 선전과 응원에 대해 말한다”며 “휴가 때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자국 팀이 이미 탈락한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월드컵은 아직 가장 중요한 화제. 자연스럽게 한국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고광욱 파리 무역관장은 “현대차를 일본차로 알고 있다가 현대차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를 맡은 뒤 한국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유럽지역 관장들은 “가부키, 사무라이, 스시가 일본을 상징하듯이 한국을 상징하는 사회 문화적 키워드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힘에 놀란 아시아〓중국에서는 한국인의 정신력, 단결력이 부각되고 있다.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부 보도를 빼면 한국팀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전 국민적인 응원에 뉴스의 초점이 모아졌다.

박진형 베이징 무역관장은 “한국인의 정신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중국의 TV와 신문이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해서 집중 보도하고 있어 한국의 전자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한국에 직접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인이 늘고 있다.

최윤홍 도쿄 무역관장은 “한일 월드컵의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조짐”이라며 “한국 상품의 일본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남미〓미국에서는 유럽이나 남미처럼 광범위한 이미지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한국은 전반적인 사회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선진사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연형철 시카고 무역관장은 “미국 기업인들은 응원이 끝나고 길거리를 청소하는 모습에서 한국이 의식수준에서도 선진국에 합류할 준비가 됐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 자체와 관련한 보도가 많은 남미에서 한국팀의 선전은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무역관 현지직원 마르코스는 “브라질인들은 아시아 하면 일본을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한국을 떠올린다”며 “월드컵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2002 월드컵 기간에 부각된 한국의 이미지
지역 집중 부각되는 이미지
유럽한국팀의 선전, 열정적이면서도 질서 정연한 응원, 붉은 악마, 외환위기 극복
미국매끄러운 대회진행, 응원 후에도 깨끗한 거리, 스포츠 강국
중국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인의 단결력, 심판 판정 문제
일본성공적인 공동개최, 한국인의 저력
남미한국팀의 선전, 성공적인 개막전
자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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