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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9일 0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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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탈리아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주문하는 ‘멀티 플레이어 시스템’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전반전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한 골을 내주고 맞은 후반전. 시간이 갈수록 히딩크 감독의 입술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유명한 세계 최고의 이탈리아 수비진은 한 골을 지키고 경기를 끝내겠다는 듯 성문을 더 굳게 걸어 잠갔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때 히딩크 감독이 가동한 게 바로 ‘멀티 플레이어 시스템’이란 용병술. 수비수들을 빼면서 교체 가능한 3명의 선수를 모두 공격수로 투입했다. 첫 번째 교체선수는 황선홍. 선발출전에서 제외됐던 베테랑 황선홍은 후반 18분 수비수 김태영과 맞바꿔져 그라운드를 밟았다. 개인적으로 A매치 100번째 출전으로 드디어 ‘센트리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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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23분엔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과 공격수 이천수를 맞바꿨고 후반 38분에는 급기야 중앙수비의 핵인 홍명보마저 빼고 발빠른 차두리를 투입했다.
얼른 보면 감독의 ‘이판사판’ 작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차례차례 들어간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의 지시 아래 나머지 선수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시스템을 새로 짰다.
김태영이 빠진 자리는 왼쪽 미드필더였던 이영표가 맡았고 홍명보의 빈 자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유상철이 채웠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의 공백은 오른쪽 윙으로 뛰던 박지성이 메웠다. 미드필더 송종국은 후방으로 포진해 수비에만 치중. 양쪽 허리엔 좌우에 각각 이천수와 차두리가 섰고 공격은 설기현 안정환 황선홍이 맡았다.
이렇게 시스템이 짜여지고 보니 골키퍼 이운재와 최진철을 빼곤 나머지 9명 모두 공격수거나 공격형 미드필더들. 이들은 후반 막판 동점을 이룰 때까진 공격에 치중해 수비의 허점을 보이기도 했으나 연장전에선 수비에서도 몸을 던지는 플레이로 이탈리아 공격을 차분히 막아냈다.
“허∼!”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 히딩크 감독의 도박이 멋지게 성공한 셈이 됐다.
대전〓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