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현장감 비할데 없죠"…한국전따라 경기장 순례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54분


‘어느 월드컵 응원광의 전국 순례기.’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상연(李相淵·45·의류 소매업·부산 진구 양정동·사진)씨는 월드컵의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순례하고 있다. 한국팀을 현장에서 응원하기 위해서다.그렇다고 그가 경기장 입장권을 미리 사 둔 것은 아니다. 그의 비결은 경기시작 직전의 ‘암표’를 싸게(?) 사서 입장하는 것이다. 이씨는 4일 부산에서의 폴란드전과 10일 대구의 미국전을 암표로 관람했다. 그러나 새마을호를 타고 도착한 인천에서는 1박2일간 ‘표 구입 작전’을 폈지만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해 현장에서의 짜릿한 승리감을 맛보지 못했다.

이씨는 “경기가 열리는 당일 한 두시간 전까지만 해도 원가의 3∼4배 이상 턱없이 높은 가격을 주어야 암표를 구입할 수 있지만, 경기 시작 직전에는 원가 수준에 구입할 수 있다”며 그동안 터득한 암표구입 비결을 털어놓았다.

이 같은 방법으로 그는 부산 폴란드전의 2등석을 10만원에, 대구 미국전의 1등석을 15만원에 각각 구입했다. 그는 이 입장권을 부적 삼아 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40만원 이하로는 암표를 구입할 수 없어 문학경기장 인근 음식점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씨는 각 도시의 응원 열기와 관련, “대구는 무더운 날씨 탓인지 부산 열기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부산에서는 꽹과리 치고 다니는 붉은 악마 응원단과 함께 오전 3시까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서는 상상을 넘는 응원단이 운집해 온통 붉은 바다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전에서의 이탈리아전 입장권은 현장 판매가 없을 것이라는 발표에 따라 암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대전으로 떠난 상태.

이씨는 “가족들이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16강전을 함께 보자고 붙들고 있지만 이미 현장 분위기가 몸에 배어 있어 대전에서 꼭 표를 구해 경기장에 들어가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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