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희망 “실력으로 말했다”

  • 입력 2002년 6월 16일 23시 44분


세네갈의 ‘검은 열풍’은 그칠 줄 몰랐다. ‘죽음의 조’에서 탈출한 스웨덴의 ‘얼음같은’ 차가운 기세도 아프리카의 뜨거운 바람에 녹아버렸다.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누를 때만해도 ‘이변의 돌풍’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승승장구 16강에 진출한 세네갈이 ‘북유럽 강호’ 스웨덴과 연장전 끝에 앙리 카마라의 골든골로 8강에 진출하자 세계축구의 판세는 그야말로 거대한 태풍을 만난 것처럼 요동쳤다.

세네갈과 스웨덴이 16강전에서 만난 사실 자체가 예상 밖의 일이었고 스웨덴이 무너진 것도 예상 외였다. 스웨덴은 출장 정지를 당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반면 세네갈은 칼릴루 파디가와 살리프 디아오 등 2명의 주전 미드필더가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드필드의 핵인 프레드리크 융베리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은 스웨덴으로서는 너무나 큰 손실이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던 세네갈은 이날 경기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파괴력이 증가했다. 이미 파프 부바 디오프를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세네갈은 이날 다시 카마라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회심의 동점골과 짜릿한 역전골을 잇달아 작렬시킨 것.

경기 시작 초반에 수비를 정비하지 못한 세네갈이 먼저 일격을 당했다. 전반 11분 코너킥을 이어받은 스웨덴 스트라이커 헨리크 라르손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것. 골키퍼 바로 앞을 잘라 들어가는 골이었다.

그러나 세네갈의 반격은 무서웠다. 카마라와 엘 하지 디우프가 오른쪽과 왼쪽을 넘나들며 스웨덴의 골문을 파고들었다. 전반 37분 카마라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스웨덴 수비 3명을 앞에 두고 묘기를 부렸다. 암디 무스타파 파예의 로빙 패스를 받은 카마라는 가슴으로 공을 가볍게 트래핑 한 뒤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로 대각선 슛을 날렸다.

이후 양팀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는 공격을 주고 받았다. 후반 25분 스웨덴은 라르손이 문전에서 기회를 만들었으나 안드레아스 안데르손의 슛이 너무 높았다. 종료 직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득점 기회를 놓치고 연장전에 들어간 것까지는 그래도 나았다. 연장 전반 10분 안데르스 스벤손의 슛이 골대를 맞은 것은 스웨덴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만한 순간이었다.

4분 뒤 카마라의 결정타가 터졌다. 파프 티아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힐 패스로 달려들던 카마라에게 공을 건네자 몇 차례 공을 툭툭 치고 스웨덴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온 카마라는 골문 구석을 향해 땅볼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대를 맞고 네트를 흔들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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