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의 눈물 “아르헨 국민에 희망주고 싶었는데…”

  • 입력 2002년 6월 12일 23시 06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벤치 앞까지 나와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에게 더 이상의 월드컵은 없다. 굳이 “이번 월드컵을 마치고 대표팀을 은퇴한다”고 밝히지 않았더라도 33세라는 그의 나이로는 다음 월드컵을 기약할 수 없다. 그런데….

12일 일본 미야기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의 아르헨티나 팬들도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그들의 우상 ‘바티골’의 처절한 모습에 관중은 숙연한 모습으로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관중석을 채운 푸른색의 아르헨티나 유니폼은 아르헨티나에서 온 응원단이 아니었다. 바티스투타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여느 월드컵 때처럼 많은 응원단이 건너올 수 있을 만큼의 경제 사정이 아니었다. 이날 관중석에는 아르헨티나의 선전을 바라는 많은 일본 축구팬들이 저마다 아르헨티나의 셔츠를 입고 경기를 지켜봤다. 그들은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봉자였고 ‘바티 골’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한 스웨덴 기자는 “세계 어느 곳의 축구팬이라도 아르헨티나 축구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현란한’ 축구를 3경기밖에 볼 수 없었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라고 했다.

바티스투타는 이날 후반 에르난 크레스포와 교체될 때까지 아르헨티나 축구의 자존심을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아르헨티나를 외면했다. 홈 구장을 방불케 한 경기장의 분위기도 그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아르헨티나대표팀은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바티스투타에게도 세 번째로 출전한 이번 월드컵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94년과 98년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3대회 연속 월드컵 해트트릭을 노렸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딩골을 기록하면서 게르트 뮐러(서독)의 월드컵 최다 득점(14점)에 4점차로 다가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더 이상의 기록은 없다.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일방적인 공세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토미 쇠데르베리 스웨덴 감독은 “우리가 좀 밀린 듯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그것이 축구”라고 말했다. 그랬다. 공은 둥글었고 바티스투타는 ‘죽음의 조’의 희생자가 됐다. 그것이 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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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스투타 은퇴선언

미야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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