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16강 골 내가 쏜다”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26분


안정환이 12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안정환이 12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로축구 세계 최고봉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귀국한 안정환(26·부산 아이콘스)은 당시 “살아나야겠다는 생존 본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걸 최대 소득으로 꼽았다. 결국 귀공자풍에 나약하게만 비쳤던 안정환이 대표팀내에서의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에서 승리,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책임질 중책을 떠맡게 됐다.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12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차례 경기에서 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체력도 정상 궤도로 접어들어 45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더 출전시킬 수 있다”며 안정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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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히딩크 감독이 경우에 따라서는 황선홍 대신 안정환을 선발 출장시켜 일찌감치 포르투갈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작전”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확인시키듯 히딩크 감독은 이날 15분간 공개된 팀 훈련에서 설기현과 차두리를 좌우 날개에 놓고 안정환이 중앙에서 골을 결정짓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안정환의 몸놀림도 이날 따라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안정환처럼 대표팀내에서 오랜 기간 쓴 맛을 본 선수도 없다. 안정환은 99년 국내 프로축구 MVP이자 2002월드컵 기대주로 한국 선수중 최초로 이탈리아 무대를 밟았지만 이후 한동안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표팀에서도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게임 감각이 떨어질뿐더러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안정환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기회가 있을때마다 악착같은 몸싸움으로 히딩크 감독의 눈길을 끌었고개인적으로 한 번도 웨이트를 거르지 않았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익힌 ‘생존 본능’이 자연스레 투지로 나타난 것. 결국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처럼 드리블이 좋은 선수는 상대 문전에 가까울수록 위협적”이라며 그를 스트라이커로 활용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안정환은 월드컵 개막 직전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그림같은 2골을 작렬, 기대에 보답했다. 한국이 벼랑 끝에 몰렸던 미국전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사는 안정환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불안한 눈초리가 확신으로 바뀐 것도 이 경기에서였다.

‘조커’ 딱지를 떼게된 안정환. 그가 포르투갈전에서 펼칠 활약은 바로 한국축구의 미래일 수 밖에 없다.

경주〓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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