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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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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골든슈(득점왕)’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과거 월드컵 득점왕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범위는 좁힐 수 있다.
▽우승팀에서는 나오기 힘들다〓역대 월드컵에서 공동 득점왕을 제외하고 우승팀이 득점왕을 배출한 경우는 78년 마리오 캠페스(아르헨티나)와 82년 파울로 로시(이탈리아)밖에 없다. 우승팀은 대체로 다양한 득점루트를 갖추고 있어 상대 수비진의 견제가 분산되기 때문.
오히려 3위를 차지한 팀에서 득점왕이 많이 나왔다. 지금까지 16번의 대회에서 3위 팀은 98년 프랑스월드컵의 다보르 수케르(크로아티아) 등 7명이나 득점왕을 냈다. 우승이 물 건너간 마당에 3, 4위전에서 부담없이 골사냥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위팀 득점왕 7명 중 3, 4위전에서 골을 넣지 못한 선수는 70년 멕시코대회의 게르트 뮐러(서독)가 유일.
그렇다면 프랑스나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후보이지만 그 팀의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지브릴 시세(이상 프랑스)와 에르난 크레스포,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이상 아르헨티나) 등은 득점왕에 오를 확률이 낮아진다는 분석.
반면 공격의 유일한 ‘핵’인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 브라질의 호나우두,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몰아치기’에 능해야〓94년 미국 월드컵에서 6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러시아의 올레그 살렌코. 그는 카메룬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 16분부터 후반 30분까지 신들린 듯 5골을 퍼부으며 월드컵 한 게임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팀은 예선 탈락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16차례 대회 중 해트트릭 도움없이 득점왕이 된 사례는 5번 뿐. 헝가리의 코시스(54년), 프랑스의 퐁텐(58년), 서독의 뮐러(70년) 등은 한 대회에서 두 번씩이나 해트트릭을 해 득점왕 등극의 지렛대로 삼았다.
몰아치기를 하는 데 있어 ‘필요조건’은 약팀을 만나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는 이번 대회 약체로 분류되는 슬로베니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조별 예선전을 갖는 스페인, 브라질, 독일 등에서 득점왕이 나올 확률이 높다. 스페인은 곤살레스 블랑코 라울, 브라질은 호나우두, 독일은 미하엘 발라크 등이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골잡이로 꼽힌다.
▽득점왕은 온 몸이 ‘무기’〓득점왕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는 오른발은 물론 왼발과 머리까지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98년 프랑스월드컵 득점왕 수케르는 ‘발칸의 왼발’이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왼발 골잡이였다.
또 헝가리가 낳은 ‘헤딩의 연금술사’ 코시스는 54년 스위스대회 때 11골 중 4골을 헤딩으로 얻었고 서독의 ‘폭격기’ 뮐러는 70년 멕시코대회 첫 경기부터 3게임 연속 헤딩골을 넣어 득점왕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2년 대회에 참가하는 세계적인 골잡이 가운데에선 이탈리아의 헤비급 복서출신 비에리가 왼발의 달인. 아르헨티나의 크레스포는 두 발을 모두 잘 쓰고 헤딩도 강하다.
▽남미냐, 유럽이냐〓지금까지 득점왕에 등극한 24명의 스타(공동 포함) 중 남미선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초기에는 남미세가 우세했다. 아르헨티나의 스타빌레(38년)와 캠페스(78년), 브라질의 레오니다스(38년), 아데미르(50년), 가린차와 바바(이상 62년), 칠레의 산체스(62년) 등이 영예를 안은 주인공. 그러나 82년 스페인 대회 이후에는 유럽이 득점왕을 독식했다.
과연 올해는 호나우두, 크레스포, 바티스투타 등 남미의 영웅들이 오언, 비에리, 앙리, 트레제게 등 쟁쟁한 유럽세를 따돌리고 ‘대륙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78년 이후 여지껏 깨지지 않는 ‘득점왕〓6골’의 등식이 이번에도 성립될지도 관심거리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역대 월드컵 득점왕
| 회수 | 연도 | 개최지 | 득점왕 |
|---|---|---|---|
| 1 | 1930 | 우루과이 | 스타빌레(아르헨티나·8골) |
| 2 | 1934 | 이탈리아 | 스키아비오(이탈리아) 네예틀리(체코) 코넨(독일·이상 4골) |
| 3 | 1938 | 프랑스 | 레오니다스(브라질·8골) |
| 4 | 1950 | 브라질 | 아데미르(브라질·9골) |
| 5 | 1954 | 스위스 | 코시스(헝가리·11골) |
| 6 | 1958 | 스웨덴 | 퐁텐(프랑스·13골) |
| 7 | 1962 | 칠레 | 가린차, 바바(브라질) 산체스(칠레) 제르코비치(유고) 알버트(헝가리) 이바노프(소련·이상 4골) |
| 8 | 1966 | 잉글랜드 | 에우제비오(포르투갈·9골) |
| 9 | 1970 | 멕시코 | 뮐러(서독·10골) |
| 10 | 1974 | 서독 | 라토(폴란드·7골) |
| 11 | 1978 | 아르헨티나 | 캠페스(아르헨티나·6골) |
| 12 | 1982 | 스페인 | 로시(이탈리아·6골) |
| 13 | 1986 | 멕시코 | 리네커(잉글랜드·6골) |
| 14 | 1990 | 이탈리아 | 스킬라치(이탈리아·6골) |
| 15 | 1994 | 미국 | 살렌코(러시아)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이상 6골) |
| 16 | 1998 | 프랑스 | 수케르(크로아티아·6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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