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韓-佛 평가전]슛… 골인… ‘사커 선데이’

  • 입력 2002년 5월 26일 20시 04분


월드컵열기 세종로 ‘점령’ 사진=최혁중기자
월드컵열기 세종로 ‘점령’ 사진=최혁중기자
“장하다, 잘 싸웠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일요일이자 한국과 프랑스 대표팀간의 평가전이 있은 26일 서울과 경기 수원 등 전국은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의 시민은 한국축구 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을 지켜보기 위해 나들이에서 일찍 귀가해 TV 앞에 앉았으며 대형전광판이 설치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 건너편과 경기가 열린 수원 월드컵경기장 일대 등에서는 수만명의 인파가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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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일대는 경기장을 직접 찾지 못한 시민과 응원단이 경기 시작 1, 2시간 전부터 몰려들어 북과 꽹과리를 치며 응원전을 펼쳐 경기장을 방불케 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응원 인파는 1만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장소가 모자라 차도 일부를 ‘점령’하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의 유니폼을 차려 입고 원정 응원을 나온 황연숙씨(20·여·인천시)는 “친구들과 오후 5시에 왔는데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여러 번 이곳에 와 응원했지만 이번처럼 사람이 많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은 한국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준비해온 종이가루를 뿌리며 연방 ‘필승 코리아’와 ‘대한민국’을 외쳤고 ‘인간파도’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에서 월드컵을 보러 왔다는 티모시 맥존슨(46)은 “길거리에서 이처럼 열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한국의 축구열기가 이처럼 대단할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세종로 일대를 찾은 시민은 응원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인이나 가족, 친구 사이로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남아 30여분 동안 응원전을 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과 주변은 이날 흥분에 도가니에 휩싸였다. 오전부터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붉은악마 응원단의 발길이 이어졌고 평가전 입장권은 발매 시작 30분 만에 매진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많은 시민은 경기장 주변에서 ‘대한민국’과 ‘오 코리아’를 연호하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경기 직후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출정식이 열린 경기장에는 시민 2만여명이 남아 조명이 모두 꺼진 가운데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상훈씨(64·수원시)는 “내 평생 이렇게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쳐보기는 처음”이라며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혼신을 다한 선수들과 응원단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에서도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대구 동구 동인동 국채보상기념공원 광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한 시민은 “세계 최강 프랑스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친 한국선수들의 기량이 놀랍다”며 “한국대표팀의 목표를 ‘8강 진출’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일요일 오후면 항상 붐비던 전국의 극장가는 이날 관람객이 눈에 띄게 줄었고 대형 백화점 주변과 대형서점가, 공원, 고궁 주변 등도 인적이 뜸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도심지의 차량 소통도 원활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수원〓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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