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오인환코치 "오버페이스 조심 후반승부" 주효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9분


오인환코치
오인환코치
레이스 직전 이봉주에게 딱 한가지만 주문했다. 스피드가 좋은 케냐 등 아프리카 선수들이 초반부터 뛰쳐나가더라도 성급하게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보스턴 코스는 20㎞지점까지 내리막에 평지가 이어지고 약 26㎞부터 완만한 오르막을 보이다가 32㎞지점부터 악명 높은 ‘심장파열 언덕’이 시작되기 때문에 자칫 오버 페이스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94년 이 대회를 한번 뛰었던 이봉주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초반에 시몬 음폴로와 마크손케 피카(이상 남아공)가 쭉 내뺐을 때 이봉주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2위그룹에 남아 안정된 레이스를 펼쳤다. 그게 바로 우승으로 이어졌다. 2위를 차지한 32세의 노장 실비오 구에라(에콰도르)도 같은 계산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위그룹은 후반부를 지나치게 신경썼다. 결과적으로 후반에 강한 이봉주에게 도움이 됐지만 초반에 페이스가 너무 떨어지는 바람에 좋은 날씨였는데도 기록은 좋지 않았다.

이봉주에게 ‘심장파열 언덕’이 끝나가는 35㎞에서 승부수를 띄우라고 했다. 처음 스퍼트를 했을 때 구에라와 조수아 셀랑가(케냐)가 바로 따라붙어 자칫 페이스의 리듬이 끊어져 뒤로 처질 것이 우려됐다. 그런데 이봉주가 전혀 심리적으로 동요를 일으키지 않고 안정되게 레이스를 펼칠 때 우승을 직감했다. 39.5㎞에서 다시 스퍼트를 시도해 구에라를 따돌리고 2㎞ 넘게 독주해 결승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이봉주 정신력의 승리였다. <보스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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