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라커룸]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46분


진성호 감독
진성호 감독
‘체벌 물의로 교단을 떠난 교사가 자신이 때린 학생 손에 이끌려 교실로 돌아왔다.’

신세계와 현대건설의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결승 2차전. 경기 시작에 앞서 현대건설 플레잉코치 전주원과 주장 박명애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선수 구타 파문으로 벤치를 떠나있던 현대건설 진성호 감독에게 지휘를 하게 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 것. 전주원은 “감독 선생님이 없는 동안 너무 힘들었으며 이기든 지든 신세계와 동등한 위치에서 멋진 게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견 뒤 전주원은 귀빈석까지 올라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김원길 총재에게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결국 코트 뒤에 서있던 진감독은 선수 소개때 박명애, 구타 피해자인 진신해와 함께 벤치에 돌아왔고 1쿼터 중반부터는 일어서서 예전처럼 작전을 지시했다.

사령탑 없이 힘겹게 경기를 꾸려온 선수들의 충정이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진감독의 컴백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잘 짜여진 각본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즌중이라는 이유로 ‘물의 감독의 거취’를 어물쩍 넘겨버린 구단이 이제는 성적을 볼모로 ‘컴백쇼’를 벌이지 않았느냐는 것. 만약 그렇다면 이날 현대건설은 경기에서 진데 이어 두 번 진 셈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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