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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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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그는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열린 전일본소년축구대회에 오키나와의 유소년축구클럽팀 코치로 참가, 화제를 낳았다.
놀라웠던 것은 우승한 시미즈FC에 1회전에서 0-12로 완패를 당했는데도 이시이나 학부모들이 흡족해 한 것.
이시이는 “다양한 경기경험을 쌓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했다”며 “대진운이 좋아 일본 유소년축구 최강팀과 경기를 가져본 것 자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 축구관계자들은 “클럽축구와 학원축구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일화”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매년 전국 256개 팀이 참가, 5일간 37개 경기장에서 1025경기를 치르는 이 대회는 상위팀이나 하위팀이나 치르는 경기수가 똑같다. 성적보다는 평소에 겨루기 어려웠던 다른 지역팀과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고 정보를 교환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경기 수가 많다보니 저학년까지 골고루 실전에 투입돼 자신의 기량을 가늠해보고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매 경기 승패에 ‘밥줄’이 오가는 한국 유소년축구 지도자들로선 먼 나라 얘기 같기만 하다.
다행히 한국도 올들어 유소년 축구제도를 대폭 개혁했다. 전일본소년축구대회를 본떠 8월8일부터 16일까지 경남 남해군 12개 잔디구장에서 전국 남자 192개 팀, 여자 6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9일간 남자 674경기, 여자 15경기를 치르는 연맹회장기 전국대회를 신설한 것.
문제는 유소년축구에 대한 인식.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도 지도자 및 학부모 학원관계자들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변화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