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동아마라톤]노유미씨 "하늘나라 간 오빠대신 뛸래요"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하늘나라에서 내가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봐 주세요.”

노유미씨(27)는 오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하지만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게도 마라톤을 좋아하던 오빠 대신 동아마라톤에서 달리기 전까지는.

노씨의 오빠 수관씨(35)는 지난달 10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 집 근처 도로변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다 차에 치여 영영 돌아오지 못할 먼길을 떠났다.

오빠는 ‘그날’도 평소처럼 달리기를 했다. 지난해 경주 동아마라톤에서 완주한 그는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풀코스에 일찌감치 참가신청을 하고 훈련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무슨 ‘날벼락’인지. 훈련 중이던 오빠는 계양 인터체인지 부근 국도에서 마주 오던 승합차에 치이는 참변을 당했다.

택시운전을 하면서 딸(4) 아들(2) 남매를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오빠는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고교 때부터 뜀박질에 취미를 붙여 거의 하루도 달리기를 거르지 않았다.

오빠는 사고 당일에도 아이들에게 “이번 동아마라톤에서 꼭 3등 안에 들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었다.

“오빠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과의 약속을 내가 대신 지켜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유미씨는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한다. 마라톤경험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몇 ㎞를 가든 힘닿는 데까지 뛰는 것이 오빠의 명복을 빌어주는 일이라고 여기고 무작정 도전하겠단다.

노유미씨가 동아마라톤 홈페이지에 ‘운명을 달리한 오빠 대신 뛰겠다’는 글을 띄우자 많은 네티즌이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를 성원했다. 서울마라톤클럽에선 앞으로 마라톤에 관해 동호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도 있었다.

“운동은 많이 못했지만 자신 있어요. 하늘에 계신 오빠도 꼭 응원하겠죠?”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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