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스타들 보양식]『보신탕도 마다 않지요』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 운동경기. 선수들은 보통 때보다 체력이 몇배나 더 소모된다. 그만큼 잘 먹어야 잘 뛸 수 있다. 여름철 보양식은 선수나 팀마다 천차만별. 체질에 따라 먹는 것도 제각기 다르다.

이런 면에서 체력관리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여자배구대표팀의 보양식은 단연 눈길을 끈다. 여자대표팀이 보양식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보신탕. 최근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무더운 말레이시아로 떠나기 전에도 태릉선수촌 부근에서 ‘보신탕 회식’을 갖고 실컷 배를 채웠다. 그게 효험을 본 것일까. 한국은 14일 세계 랭킹 1위 쿠바를 꺾은 데 이어 광복절인 15일에는 일본에 ‘뜻깊은 승리’를 거뒀다. 비록 지긴 했지만 세계 랭킹 3위 러시아를 맞아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풀세트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였다.

이번 대회에서 누구보다도 펄펄 날고 있는 현역 최고참 주부선수이며 주장인 장윤희(29)는 친정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보신탕으로 한여름을 나는 보신탕 애호가. 장윤희는 보신탕뿐만 아니라 메기매운탕도 즐겨 먹는다. 친정인 남원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찾는 단골 식당도 있다. 지난 슈퍼리그 때는 경주 대회를 마치고 목포로 가는 도중 선수단을 유혹(?)해 남원에 잠깐 들러 메기매운탕집을 찾았을 정도. 장윤희는 운동을 마친 후에는 복숭아 수박 포도 등 과일을 꼭 찾는다. 복숭아 5, 6개 정도는 순식간에 먹어 치울 정도.

여자배구팀의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여름철에는 보약이 끊이지 않는다. 흑염소나 개소주 팩을 입에 달고 다니는 선수도 많다.

프로농구 기아엔터프라이즈의 포인트가드 노장 강동희(33)의 보양식도 특이하다. 강동희의 여름 특별식은 꼼장어라고 흔히 불리는 붕장어 석쇠구이. 보통 3, 4인분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앤다. 평소 ‘밥이 보약’이라는 신념을 가진 그지만 “피로를 쉽게 풀어주고 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붕장어 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말한다. 값도 다른 보약에 비해 싼 것도 매력. 강동희는 운동 전후엔 두유와 쌀로 만든 음료를 보양식으로 즐겨 마신다.

한편 여자배구대표선수들의 보신탕 회동 소식을 들은 남자배구대표 선수들도 협회를 졸라 19일을 보신탕 회식일로 잡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 창·주성원기자〉jeon@donga.com

▼ 해외 코리안 스타들은…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한의 ‘아들 딸’들은 어떻게 혹서기 컨디션조절을 할까.

역시 ‘신토불이’가 최고.

‘코리안특급’박찬호(LA다저스)는 어려서 부터 장복해온 금산인삼 외에 장어를 주성분으로 한 한약으로 몸을 다스린다.

‘골프여왕’박세리는 지난해 LPGA 챔피언십 직전부터 부모님이 공수한 녹용과 인삼을 주재료로 한 한약 진공팩이 항상 그의 옆에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나고야 수호신’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은 지난달 3연속 구원에 실패한 뒤 부친 선판규씨(77)가 직접 낚아 3일간 푹 곤 뒤 즙을 내 보내준 잉어와 가물치를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

대학 때부터 허리에 좋다고 가물치를 먹어온 이종범(주니치 드래건스)은 일본에 오면서 부터 ‘개소주’를 공수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첫시즌을 보내고 있는 ‘핵잠수함’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찾아 녹용이 듬뿍 들어간 보약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힘은 고추장 된장에서 나오나보다. 이들은 한결같이 비닐팩으로 포장된 고추장과 된장에서 힘을 얻는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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