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월드컵 그때 그기사 ④]전술알면 월드컵은 『내것』

  • 입력 1999년 6월 12일 16시 23분


축구도 생물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 골인 장면을 보면 작전에 의한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상황에서 들어가는 것이 더 많다.

해설자들은 그 결과를 놓고 그림을 그려가며 「사람을 놓쳤다」거나 「작전 미스」라고 열을 올린다. 축구는 임기응변에 능해야 한다.

한국축구가 문전에서 어물어물하다가 곧잘 골을 먹는 것 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기 때문이다. 펠레는 바로 이 「응용력과 상상력」의 신봉자 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조직력은 가르치거나 연습해서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습장에서 수백번 반복훈련한 전술도 실제 경기에선 한번이라도 제대로 써먹기 어렵다.

실전에서 상대팀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연습 때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중에 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은 선수 개개인의 두뇌와 반사신경에 의해 그때그때 「창조」될 수밖에 없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먹잇감은 극한상황에 처하면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 도망치다가 갑자기 덤벼들고 때로는 죽은 척 하다가 벌 떡 일어나 공격한다. 그렇다면 전술이나 작 전은 필요없는 것일까. 아니다. 동물도 일정한 습성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꼭 다니는 길로만 다닌다. 그 습성을 알면 사냥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축구공도 다니는 길이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그 길목만 알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축구 포메이션이 제일 처음 나온 것은 1925년 잉글랜드의 프로명문 아스날팀의 허버트 채프만 감독에 의해서였다.

채프만 감독은 수비수 3명, 수비형 링커 2명, 공 격형 링커 2명, 공격수 3명으로 이뤄지는 W-M 포메이션을 최초로 선보였다. 아스날은 이 「3백 시스템」(수비수 3명이 일자로 서서 오프사이드 함정을 구사)으로 8년 동안 잉글랜드 풋볼리그에서 다섯번이나 우승했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한 W-M전술도 1958 년 17세 소년 펠레를 앞세운 브라질이 4-2-4전법을 선보이며 스웨덴월드컵에서 우 승하자 그 수명을 다했다. 공격 4명, 수비 4명에 허리에 2명을 배치하는 이 전술은 허리에 있는 2명이 공격 땐 순식간에 공격수가 되고 수비할 땐 또 순식간에 수비수가 되는 게 특징.

1950년대 브라질 플라멩고클럽에서 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것 도 오래가지 않았다. 허리를 맡고 있는 2명 의 부담이 너무 큰게 이 전술의 약점. 그래 서 브라질이 이 전술을 버전업해서 들고 나 온게 4-3-3시스팀. 공격수 4명중 한명을 허 리로 끌어내려 중간을 튼튼하게 했다.

브라질이 개발한 전술은 모두 공격형 전술. 아무리 공을 많이 넣어도 그보다 공을 많이 먹으면 도리가 없다. 잉글랜드는 1966년 4-4-2라는 수비형 전술을 들고나와 자기나라에서 벌어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수비를 튼튼히 하다가 기회를 잡으면 순식간에 공을 최전방 투톱에게 연결, 골을 넣는 방법이다.

이 전술의 핵심은 가운데 4명의 허리진이다. 일자로 서는 게 아니라 소위 「찌그러진 다이 아몬드 대형」 혹은 「마름모 대형」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마름모 윗쪽은 공격형 미드 필더, 아랫쪽은 수비형 미드필더, 좌우 양끝 은 보통 땐 뒤에 있다가 공격 땐 순식간에 전방으로 뛰쳐나가 투톱에게 공을 센터링하 거나 패스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웃 일본도 바로 이 포메이션을 즐겨 쓴다.

◇ 완벽한 전술도 허점… 임기응변 능해야 강팀

1974년 서독월드컵에선 네덜란드가 토털사카 를 선보이며 미래축구의 지향점을 보여줬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리누스 미셸 감독이 창안 한 이 전술은 우리나라의 홍명보만한 선수가 최소한 7, 8명 이상 돼야 가능한 전술이다.

그 당시 네덜란드엔 요한 크루이프, 요한 네 스켄스, 루트 크롤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즐비했다.

형태는 4-4-2와 4-3-3의 중간 형태. 전원수 비-전원공격이 특징이다. 포지션은 시시각각 변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은 마치 정교한 톱니 바퀴처럼 연결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이 시스템은 선수들의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뛰어난 개인기, 게임을 읽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중 한사람이라도 처지면 와르르 무너진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마 라도나를 앞세운 3-5-2전법을 선보이며 우 승했다. 3-5-2는 최전방에 주 공격수 투톱을 배치하고 5명의 미드필더 중 4명이 공격을 지원한다. 미드필더중 맨 아래쪽에 처진 한 명은 수비를 맡으며 상대공격을 1차로 저지한다.

세계축구는 86 멕시코월드컵 때부터 3-5-2 대인 방어전술과 4-4-2 지역방어전술이 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아무리 전술이 완 벽해도 허점은 있게 마련이다. 전술에 없는 상황도 수없이 벌어진다. 전술이란 조금이라도 그런 경우를 줄여보자는 노력의 흔적일 뿐이다.

축구는 바람이다. 보이지 않는다. 느껴질 뿐이다. 전술은 말하자면 그물같은 것 이다. 과연 그물로 바람을 낚을 수 있을까. 축구는 그래서 재미있다.

김화성〈체육부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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