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갈기를 세워 그라운드를 내달리던 「야생마」에서 「한물간 노장」으로 전락했던 김주성. 호적상으로는 31세이지만 실제는 33세. 축구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그가 그라운드에 다시 우뚝 섰다.
올시즌 대우를 전관왕으로 이끈 공로로 19일 영예의 MVP에 오른 이 백전노장은 오히려 담담했다.
『팀의 최고스타, 화려한 공격수라는 생각은 이미 지워버렸습니다. 수비수가 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개인의 영광보다는 팀에 작은 보탬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었습니다』
87년 신인왕타이틀을 거머쥘 때의 기고만장한 모습은 아무데도 없었다. 프로생활 10년만에 처음 탄 MVP타이틀이 오히려 과분하다며 겸손해하는 그에게선 세월의 냄새가 묻어났다.
김주성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3년연속 아시아축구 MVP로 뽑혔던 그는 92년 월드스타를 꿈꾸며 독일행을 택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94년 미국월드컵에 출전하며 귀국시기를 엿보던 그는 2년만에 당시 최고의 몸값인 2억원을 받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단 3게임에 출전한뒤 무릎부상이 악화, 그라운드를 떠났다.
무릎수술을 받고 목발에 의지한 그를 본 축구인들은 『이제 김주성의 축구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는 기적처럼 일어섰다. 수술 열흘만에 붕대를 풀고 목발을 던져버린 그는 재기를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다른 욕심은 없었습니다. 다만 저를 다시 받아준 팀에 보답하고 싶었고 후배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비치기 싫었습니다』
자신의 명예회복보다 팀이 옛 영화를 되찾은 것이 더 기쁘다는 그는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까지 수비수의 궂은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