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프로야구 8개구단 감독과 심판들이 머리를 짜내 만들어낸 「경기 촉진룰」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규칙개정의 골자는 경기중 불필요한 행동을 규제,경기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스트라이크 존을 무릎아래쪽까지 넓히는 것.
가장 톡톡히 덕을 볼 선수는 조계현(해태). 구질도 다양하지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낮은 변화구의 귀재인 그는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로 올 시즌 「무릎아래 전성시대」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낮은 볼에 대한 컨트롤과 슬라이더가 정교한 임선동(LG)과 손민한(롯데), 잠수함 투수 박충식(삼성), 김기덕 성영재(이상 쌍방울) 등도 한몫 챙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자가 없을 때 15초안에 투구하지 않으면 볼로 선언한다」는 새로운 규칙에 따라 그동안 잔머리를 굴리며 타자들을 지루하게 해온 「끈끈이」 성준(삼성)과 「새가슴」 정명원(현대) 등은 상대적인 부담감을 갖게 됐다.
또 머리 나쁜 포수는 앞으로 더욱 힘들게 됐다. 9이닝까지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 횟수가 3회로 제한됨에 따라 경기내내 그 횟수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차하는 순간에 이를 어길 경우 포수 미트를 벗어야 한다.
이뿐 아니다. 코끼리같은 덩치를 앞세워 심판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온 해태 김응룡 감독도 새로 만들어진 규칙때문에 된서리를 맞을 전망.
올 시즌부터 심판들은 5분이상 거칠게 항의하는 감독에게는 강제 퇴장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방망이에 스프레이를 뿌리기 위해 시간을 끌거나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타임」을 외치며 타석을 고의적으로 벗어나기로 소문난 김상호(OB) 이순철(해태) 등 「지능파」 타자들도 올해부터는 그 스타일을 바꿔야 할 형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