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부대학’ 시대로… 질문하는 융합인재 키운다

  • 동아일보

[교육입국 80년, 대한민국 국립대학]
‘겨레의 대학’에서 혁신 플랫폼 대학으로 전환 추진
교육 공공성-기초 학문 지키며 AI-융합연구도 접목

서울대 정문 상공에서 바라본 캠퍼스 전경. 서울대 제공
서울대 정문 상공에서 바라본 캠퍼스 전경. 서울대 제공
광복 직후 대한민국은 국가 재건을 위한 인재 양성과 자주적 고등교육 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고등교육 기관은 경성제국대학과 관·공립 및 사립 전문학교에 한정돼 있었다. 식민 교육의 잔재를 극복하고 교육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1945년 11월 조선교육심의회의 국립종합대학교 설립 제안을 바탕으로 1946년 7월 ‘국립서울대학교안(案)’이 발표됐다. 같은 해 8월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군정법령 제102호)’이 공포되면서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됐다.

국립서울대학교는 9개 단과대학(문리과대학, 공과대학, 농과대학, 법과대학, 사범대학, 상과대학, 의과대학, 예술대학, 치과대학)과 1개 대학원으로 출범했다. 통합 과정에서의 진통과 운영상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울대는 단과대학 중심 학문 구조로 정비하며 종합대학 기반을 확립해 나갔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1949년 12월 교육법 제정을 통해 공식 명칭을 국립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로 바꿨다.

1950년 6·25전쟁 기간에는 부산을 비롯한 피란지에서 교육의 불씨를 이어갔다. 1950년대 중반 추진된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전후 학문 체계 정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와 교류해 의학, 농학,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선진 학문과 기술을 도입하고 교수진 해외 연수를 추진했다.

이 같은 초기 형성과 재건 과정은 서울대가 ‘겨레의 대학’으로서 국가 인재 양성과 학문 발전을 선도하는 지적 산실로 자리 잡는 굳건한 토대가 됐다.

국가 성장과 함께한 대학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이 산업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서울대에는 고등교육 체제 고도화와 국가 발전을 견인할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부여됐다. 서울대는 선진 기술 수용과 산업화를 이끌 전문 인력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서 국가 성장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

1975년 관악캠퍼스로의 이전과 종합화는 대학 운영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종합화 계획은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논의됐다. 최종적으로 1975년 대부분의 단과대학과 대학원이 관악캠퍼스로 이전을 시작하면서 교육과 연구 환경의 통합이 이뤄졌다(의약계는 연건캠퍼스, 농학계는 수원캠퍼스에 유지).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분과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 학문 교류를 가능케 한 현대적 종합대학 체제의 완성이었다.

관악캠퍼스 중심의 대학 종합화를 통해 학과 중심의 교육 및 연구 체계가 정착되고 대학원 교육이 강화되면서 서울대는 교육 기관을 넘어 전문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연구중심대학 기반을 갖춰 나갔다.

1987년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국제 수준의 대학원중심대학’을 지향점으로 삼고 연구처 신설과 함께 대학원 교육 강화, 연구 기능 확충,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추진했다.

1990년대 이후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이 더욱 본격화됐다. 1999년부터 추진된 BK21 사업을 통해 대학원 연구 인력 양성과 연구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그 결과 2002년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학술지 논문 발표 수 세계 30위권 진입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서울대는 대한민국의 성장 궤적과 함께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연구 역량을 축적해 나가며 글로벌 수준 대학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가 혁신-균형성장 견인 ‘개방형 플랫폼 대학’

오늘날 대학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과 디지털 대전환, 저출생 고령화와 지역 소멸, 기후변화와 국제적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대학은 지식을 축적해 전달하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그 성과를 사회로 확산하는 플랫폼으로의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서울대는 이러한 흐름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 가는 학문공동체’를 비전으로 교육, 연구, AI, 사회공헌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 역량 갖춘 융합 인재 교육 플랫폼=서울대 교육의 핵심은 지식 전수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타인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2024년 첨단융합학부, 2025년 학부대학 설립을 통해 전공과 학과의 칸막이를 낮추고 핵심 역량과 문제 해결 중심의 창의·융합형 교육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베리타스 융합 교과 과정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해 삶의 핵심 주제에 대한 다학제적 탐구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배움과 생활을 결합하는 LnL(Living & Learning), 캠퍼스를 배움, 교류,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SNU Commons, 초대형 하이브리드 강의를 비롯해 기존 교육의 경계를 넘어 일상에서 새로운 학습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류 난제 해결-과학 기술 가치화 연구 플랫폼=연구 분야에서는 연구 중심 대학을 넘어 질문 기반 연구 대학으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

SNU Grand Quest를 통해 인류 난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질문을 발굴하고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는 도전적 연구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융복합 연구 플랫폼(SPINE)을 통해 연구 기획, 인큐베이션, 대형 연구 체계를 갖췄으며 AI, 바이오, 에너지, 기후 등 전략 분야 초학제 연구와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글로벌 초우수 연구 인력 유치에 힘쓰고 있다.

또 산학 협력, 기술사업화, 창업을 통해 연구 성과가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경기 시흥과 강원 평창 멀티캠퍼스를 기반으로 지역 연계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산·관·학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정치, 경제, 과학기술, 환경 등 새로운 국가 차원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AI 시대 새로운 표준 설계-선도 혁신 플랫폼=AI 시대에 대응한 혁신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자율성과 책임에 기반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 연구 행정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AI Native Campus’ 비전을 선언했다.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AI대학원은 AI 핵심 원천기술과 융합 연구를 결합한 교육 및 연구 거점으로 국가, 산업, 학문의 AI 경쟁력을 견인하는 중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과의 업무협약(MOU) 체결, AI 서밋 개최 등 첨단 AI 생태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학부 단계부터 연구에 참여하는 ‘김재철 AI클래스’와 AI 기반 행정 혁신을 선도하는 ‘SNU AI Vanguard’ 발족 등의 활동도 잇따르고 있다. AI를 대학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하면서 인간의 판단력, 창의성, 윤리적 성찰을 함께 고민하는 대학 환경과 문화를 정립하려는 선도적 대응이다.

△고등교육 생태계 동반 성장-균형 발전 플랫폼=교육, 인구, 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은 지역 대학 위기를 넘어 지역 소멸과 국가 성장 기반 약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다. 서울대는 국립대의 지역 앵커 기관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 ‘거점 국립대학 협력 플랫폼 구축 TF’를 구성하고 KNU10(10개 거점 국립대학)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역 인재 양성 및 고등교육 협력 모델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가 추진 중인 ‘대학 연대 지역인재 양성 사업’은 지역 대학 학생의 첨단 산업 실습을 지원하고 교육, 취업, 창업 전반에 걸쳐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을 돕는 협력 모델이다. 30여 개 지역 대학과 연계해 2024년 455명, 2025년 약 800명 학생에게 교육 과정과 인프라를 공유했다. 지역 기업 인턴십, 창업 캠프, 투자사와 창업자 연결 같은 성장 경로까지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는 ‘5극 3특’ 기반 국가 균형 발전 전략에 맞춰 지역 대학과의 네트워크 및 권역별 특화 산업과 연결된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강화한다.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공동 혁신과 상생 협력 플랫폼 구축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2026년 개교 80주년을 맞은 서울대는 ‘무한한 상상, 담대한 도전, 새로운 미래’라는 기념 슬로건 아래 교육 공공성과 기초 학문 수호라는 국립대 본연의 책무를 지키면서 AI, 융합연구, 지역 혁신을 결합한 새로운 대학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학문 간 경계를 넘는 융합적 연구와 교육을 지향하고 다양성과 공공성을 근간으로 지역과 함께하면서 더 넓은 세계를 향한다. ‘지평의 연결과 융합, 그리고 확장’은 서울대가 지향하는 새로운 길이다. 대전환 시대 캠퍼스 담장을 넘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고 학문과 산업을 잇는 플랫폼 대학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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