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어린이 비만 예방 위해 강도 높은 규제 시행
유튜브, SNS 등 사각지대…“시대 변화 맞춰 구매 부추김 광고 제한”
서울 도심의 한 마트 식품 코너. 2025.4.14/뉴스1
영국이 최근 ‘달고 짜고 지방이 많은’ 식품·음료에 대한 온라인 광고를 전면 차단하며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에 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식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먹방’, ‘쿡방’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을 도입할지 주목된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행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은 어린이를 주 시청 대상으로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오후 5시~7시까지 광고가 제한된다.
유튜브,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식품 광고는 현재 별도의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이 TV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광고 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지방·고당류·고염분 식품(HFSS)에 대한 TV 광고를 밤 9시 이전에 금지하고, 온라인 광고는 시간대와 관계없이 전면 차단하는 강도 높은 정책을 도입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약 72억 칼로리 섭취가 감소하고, 비만 아동 수가 약 2만 명 줄어드는 등 실질적인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식품 광고 노출 자체를 줄여 아동의 식습관 형성 단계에서부터 비만 위험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광고 노출 감소가 곧바로 비만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식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매 부추김 환경’을 차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온라인 광고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반복 노출되는 특성이 있어, 규제 효과가 TV보다 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의 이번 조치는 기존 정책과 맞물려 시행된다. 영국은 ‘건강한 식품 기준’을 도입하고 학교 주변 패스트푸드점 입점을 제한해 왔다. 또 탄산음료 산업부담금(Soft Drinks Industry Levy)을 통해 기업들의 설탕 함량 저감과 제품 재구성을 유도해 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제도는 규제보다 어린이가 스스로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 맞춰져 있다. 식약처는 어린이의 온라인 미디어 이용 증가 등을 고려해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가 많이 소비하는 식품을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규정하고 영양과 안전을 고려해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품질인증하고 있으며,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내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소를 ‘우수판매업소’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며 “방송과 라디오·온라인을 이용한 구매 부추김 광고를 제한하는 등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해 해외 사례 분석, 관계 부처 논의를 통해 주의문구 표시 등 온라인 광고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아동·청소년의 비만율 증가 현상은 두드러진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5∼19세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이 저체중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아동·청소년의 저체중율은 2000년 13%에서 지난해 9.2%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비만율은 3%에서 9.4%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전 세계 아동·청소년 10명 중 1명(1억 8800만 명)은 비만으로 알려진다.
국내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지난 10년간(2015~2024년)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남학생은 8.8%에서 15.5%로, 여학생의 경우 6.1%에서 9.2%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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