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격 은폐’ 1심서 서훈·박지원·서욱 등 전원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6일 15시 44분


지귀연 “사실 은폐 등 인정 못해”…기소 3년만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5/뉴스1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5/뉴스1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서해에서 북한에 의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당시 서 전 실장 등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려 했다고 보고 2022년 12월 순차 기소했다.

재판부는 서 전 실장 등이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단의 시기에 있어 성급하고 섣부르거나 내용에 있어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나 비판을 가할 수는 있어도, 미리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 판결이 이 씨의 월북 여부에 대한 판결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 전 실장 등이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지시 이전에도 피격 사실을 알지 못했던 통일부 장관이 관계장관회의에 소집된 점, 국가안보실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에 관련 사실을 전달한 점 등을 들어 “감추려고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박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 공판에서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게 징역 3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 노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서 전 실장은 선고 직후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책임자들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이에 실패하자 월북사건으로 몰아갔다며 기소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과 독선이 빚어낸 정치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모든 삶이 망가진 채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며 “이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평생을 국가안보에 바쳐온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은 “잘못이 있다면 누구라도 법 앞에 평등하게 서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과 감사원의 무리한 수사와 조사가 파면된 전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거침없이 드러낸 예단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납득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서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판단과 보고서를 문제 삼아 감사와 수사가 진행된다면 과연 누가 책임 있게 안보를 지켜나가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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