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새롭게 보고된 흙갈색덩이버섯(Tuber himalayense)의 모습. 고급 식재료인 트러플(송로버섯)으로 알려진 덩이버섯속 버섯으로, 강원도 평창을 중심으로 얕은 산까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이 전국 토양을 분석해 181종의 새로운 땅속 버섯을 발견한 가운데, 최고급 식재료로 불리는 ‘트러플’(Truffle·서양송로버섯)이 국내에도 자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 643개 지점의 토양을 분석해 한국에서 처음 확인된 땅속 버섯 32속 181종의 유전자 정보를 새롭게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41종은 세계 과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신종 후보이고, 나머지 40종도 우리나라에서 서식 기록이 없던 미기록종 후보로 분류됐다.
● ‘국산 트러플’ 꿈이 아니다…덩이버섯속 18종 발견
기후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6년째 서울대 생명과학부 임영운 교수팀과 함께 우리나라 토양에 서식하는 균류를 조사해 왔다. 작년까지 국내 서식이 확인된 균류는 총 4479종이다.
덩이버섯속(Tuber) 버섯들의 전국 분포 현황. 지도를 보면 강원도 평창지역에서 송로(Song Lu)버섯의 분포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트러플 자원이다. 고가 식재료로 잘 알려진 트러플은 덩이버섯속(Tuber)에 속하는 버섯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3종만 보고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신종 후보 18종의 서식이 추가로 확인되며 ‘국산 트러플 자생’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강원도 평창으로, 타 지역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후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유영현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트러플이 자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덩이버섯속은 특정 나무의 뿌리와 공생해 자라기 때문에 발견 지점이 한곳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다”며 “강원도 일대에 산림이 많이 분포한 영향으로 보이지만, 깊은 산속이 아닌 도시 인근에서도 일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발견된 종은 흔히 식재료로 쓰이는 서양송로버섯과 완전히 일치하는 종은 아니다. 유 연구원은 “맛은 보지 못했지만 향은 송이버섯과 비슷하다”며 “완전히 새로운 종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국내 토양에서 트러플 자원이 발견될 가능성은 앞서 포항 일대에서 확인된 사례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9월 경북 포항시 죽장면 해발 500m 산자락에서 시민이 우연히 발견한 희귀 버섯 수십 점을 분석한 결과, 서양송로버섯과 유전자 정보가 70% 이상 일치하는 하위종 가운데 하나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이달 안으로 국제학술지 ‘비엠씨 마이크로바이올로지(BMC Microbiology)’에 투고할 계획이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내 최초로 땅속 버섯과 식물 공생균류의 분포를 체계적으로 확인했다”며 “향후 종 보전 전략 수립과 토양 생태계 건강성 평가 등에 두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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