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만석 “법무부 차관이 항소 포기 선택지 제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2일 03시 00분


“지침 안줬다”는 정성호와 다른 주장
盧, 어제 휴가 “욕심 없다” 사퇴 시사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를 포기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만 전달했을 뿐 어떤 지침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항소 포기를 둘러싼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노 권한대행은 대검 과장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차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노 권한대행과 항소 시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통화 내용을 묻는 본보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 내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노 권한대행은 11일 하루 휴가를 내고 거취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권한대행은 대검 과장 및 연구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시간을 달라”며 “나는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자진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무부는 “노 권한대행이 사퇴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노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기다. 총장 대행 중심으로 검찰이 뭉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독]“며칠간 시달렸더니” 휴가 낸 노만석, 주변과 거취 놓고 상의


[대장동 항소 포기 파장]
오늘 출근… 자진사퇴 결단할수도
자택서 눈물 훔치는 듯한 모습 포착도… 10일 대검과장 만나 “자리 욕심 없다”
고검장들, 盧에 전화 “경위 설명을”
성남시 “부당이득 환수 차질 우려”… 대장동 일당 2070억 가압류 추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이후 검찰 내부에서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검사)이 1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택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 권한대행은 주변에 “자리 욕심이 없다”며 자진 사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12일 출근해 거취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이후 검찰 내부에서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검사)이 1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택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 권한대행은 주변에 “자리 욕심이 없다”며 자진 사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12일 출근해 거취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며칠간 시달렸더니 스트레스로 몸도 아프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진 11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은 하루 연차 휴가를 내면서 주변에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 권한대행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택에 머무르며 주변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盧, 자리에 욕심 없다고 말해”

이날 저녁엔 노 권한대행이 자택 안에서 눈물을 훔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였다. 노 권한대행은 12일 정상 출근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져 이르면 이날 자진 사퇴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10일 대검 과장, 연구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오늘 그만둔다고 해야 하나, 내일 그만둔다고 해야 하나. 나는 자리에 욕심이 없다”며 사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고검장이 전화를 걸어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의혹만 키울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점도 노 권한대행의 사퇴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고검장은 노 권한대행이 항소를 이례적으로 포기해 ‘외압 논란’이 불거진 직후 개별적으로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을 비롯해 대검 과장(부장검사)과 연구관(평검사)들이 노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에 대한 경위와 거취 표명을 요구한 데 이어 고검장들도 비공개적으로 “결자해지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고검장들은 대부분 노 권한대행과 동기이거나 비슷한 기수인 만큼 공식 입장을 내기보다는 당사자에게 현재 상황이나 결론 등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노 권한대행은 일선 고검장들에게 향후 거취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檢 “법무부 항소 우려했다” vs 법무부 “지침 안 줬다”

검찰 내부에선 노 권한대행이 기존 대검의 예규나 관행, 수사팀 의견에 어긋나게 ‘대장동 일당’에 대해서만 항소 포기라는 결정을 내린 경위에 대해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검사는 무죄가 선고된 경우 판결 번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번복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입증이 곤란한 경우 등이 아니라면 항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사·공판 검사들이 무죄로 결정난 김만배 씨의 뇌물 혐의나 이해충돌방지법 혐의 등에 대해 항소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상황에서 노 권한대행이 다른 결론을 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 시한 마지막 날이었던 7일 오후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의 통화에서 노 권한대행이 항소 여부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전달받은 것인지, 단순한 의견 전달을 넘어 압박이라고 볼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침을 준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노 권한대행은 “법무부가 항소를 우려했다”는 취지로 설명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 성남시 ‘대장동 일당’ 2070억 원 가압류 추진

경기 성남시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검찰이 몰수보전 처분한 2070억 원의 재산을 가압류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몰수보전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 확정 전 빼돌릴 가능성에 대비해 임의 처분을 못 하도록 동결하는 조치다. 성남시는 이날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부당이득 환수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요 피고인별로는 김만배 씨 1250억 원, 남욱 변호사 514억 원, 정영학 회계사 256억 원 등이다.

성남시는 또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함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된 검찰 관계자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 고발할 예정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시민의 재산 피해 복구에 차질이 생긴 만큼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항소 포기#법무부#외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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