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설 현장. 한창 바쁘고 시끄러워야 할 시간이지만, 현장엔 적막감만 맴돌았다. 건설업 불경기로 시행사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지난해부터 작업이 중단됐다.
현장 인근 ‘함바집’(공사장 식당)은 고요했다. 식당 사장 이모 씨(58)는 “원래 아침 장사에도 인부가 30명씩 오곤 했는데, 공사 중단 2년째인 지금 매출이 4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건설 경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경기를 맞으면서 건설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건설업 및 유관 분야는 산업 특성상 비정규직, 일용직이 많아 취약계층의 ‘일자리 저수지’로 불린다. 이 때문에 건설업 일자리 감소는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닌, 사회 취약계층 복지와 생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건설 중단된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신축공사 현장의 모습.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18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내국인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피공제자(가입자) 수는 2025년 3월 기준 53만567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12만5297명) 감소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법에 따라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건설업계 퇴직금 제도다. 가입자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건설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경기도에서 가입자가 26.1% 감소한 것을 비롯해 부산(―23.1%), 대구(―27.0%), 전남(―21.8%) 등 건설 일자리 감소 현상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경력 35년 차 현장소장 진홍석 씨(60)는 “경기가 나빠져 현장 수가 줄자 주변 숙련공들도 일을 못 찾아 ‘제발 좀 써달라’고 애원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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