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에 지출 가파른 증가
올해 순익 1조 감소… 내년 적자 전망
보험료율 2년째 동결 재정 빨간불
“보험료 올리고 재정관리 힘써야”
가사 등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지원하려고 정부가 2008년 도입한 장기요양보험이 시행 17년 만에 지출액 15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지출액은 18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료율 현실화 등으로 재정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때 함께 내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나눠 따로 관리한다.
● 장기요양보험 17년 만에 지출액 15조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 등으로 16조4819억 원을 받아 요양급여비 등으로 15조4507억 원을 지출했다. 지출액은 2017년 5조 원을, 2021년에는 10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5조 원을 넘었다.
수입보다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재정 수지는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공단은 올해 장기요양보험 수입은 지난해보다 2조284억 원 오른 18조5103억 원, 지출은 3조585억 원 늘어난 18조5092억 원으로 추계했다. 수입에서 지출을 공제한 당기순이익은 2022년 1조6890억 원으로 정점에 오른 뒤 2023년 1조3331억 원, 지난해 1조312억 원으로 감소해 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조 원 넘게 줄어든 11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갑작스러운 재정 수지 악화는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9.5%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른 나라가 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1년에 1%포인트씩 고령 인구가 증가해 203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전체 30%를 넘고 2045년에는 37.3%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층 비율이 늘며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내년 재정 수지는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공단이 발간한 ‘2023년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7년 58만 명에서 2023년 109만 명으로 늘었다. 노인 인구 대비 수급률도 2017년 8.0%에서 2023년 11.1%로 증가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 증가와 관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 제도, 핵가족화로 인한 공적 돌봄 필요 증가로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현 상황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험료율 현실화를”
장기요양보험 재원은 보험료와 정부지원금, 본인부담금 등으로 구성된다. 재원 60% 이상이 보험료에 의존하고 있으나 보험료율은 낮은 편이다. 올해 보험료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결돼 소득의 0.9182%에 불과하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인 직장가입자는 월 1만3800원가량만 부담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올해 장기요양보험료율이 동결되면서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기요양비 지출 비율도 중위권에 머물렀다. 2022년 한국의 GDP 대비 지출 비율은 1.13%로 OECD 30개국 중 16위다. 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GDP 2.87%를 장기요양에 투입했다. 네덜란드의 고령화율은 20.5%로 한국보다 다소 높다.
급속한 재정수지 악화가 전망되면서 보험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2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수지 균형 달성을 위해 2032년까지 보험료율을 소득의 1.28%까지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 베이비부머들의 높아진 사회서비스에 대한 기대 등을 고려할 때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다면 장기요양보험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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