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작년 1만4439명 자살 ‘13년내 최다’…유해정보 차단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7일 15시 37분


온라인 자살유발정보 40만건 신고…삭제는 6만건 그쳐

지난해 자살사망자가 근 13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난해 유통된 자살유발정보가 40만 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삭제율은 6건 중 1건꼴로 전년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유해 정보 차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자살유발정보 40만 건 이상 유통

27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2011년 이후 최대치인 1만4439명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3.3% 늘어난 수치로 매일 평균 약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로는 남성이 1만341명, 여성이 4098명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부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단은 40만136건의 자살유발정보를 신고했다. 이는 2019년 3만2588건이 신고된 것에 비해 1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살유발정보란 자살을 부추기거나 이를 돕는데 활용되는 정보로 함께 목숨을 끊을 사람을 모집하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내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약 40만 건의 자살유발정보 중 삭제된 건은 6만1598건(15.4%)에 불과했다. 전년도 30만2884건에 비해 신고 건수는 약 24% 증가했지만 삭제율은 12%가량 떨어진 수치다. 서 의원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심의 권한이 있는 탓에 신속한 삭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살유발정보에 대해 심의위원회를 열고 접속 차단 등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가 최근 국회 복지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살유발정보 심의 및 명령 절차는 지난해 평균 99일이 걸렸다. 2023년 평균 처리 기간 56일에 비해 약 1.8배 증가한 것이다.

●취약한 인프라, ‘베르테르 효과’ 등 원인

자살은 경제 위기, 정신질환 관리, 빈곤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현상에 가깝다. 다만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은 절망으로 도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고위험군은 지속적으로 찾아가서 치료와 지원을 병행해야 하는데 국내 의료체계는 이에 취약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 노출된 자살유발정보가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감정의 전이와 동일시가 잘 일어난다”며 “감정을 자극하면서 자살유발정보를 함께 전달하면 그 정보에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유명인들의 자살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며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해 자살사망자가 증가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전년도 대비 300명 이상 자살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故 이선균 씨 사망 사건 등으로 인해 모방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삶에 변화가 없어 우울감을 느낀 것이 자살사망자 증가로 연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살사망자 수가 유사하거나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박탈감이 커진 상황에서 타인과 지나치게 비교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유해정보 차단을 보다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사망자#자살유발정보#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복지부#베르테르 효과#유해정보 차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