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7일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 2024.08.07. [부산=뉴시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2100년에는 늦봄에 해당되는 5월부터 폭염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루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날 전후 30일에 해당되는 ‘연중 가장 더운 기간’엔 평균 기온이 2023년 25.5도에서 2100년 32.4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최근 한반도 폭염의 원인과 과거 사례, 미래 전망 등을 담은 ‘폭염백서’를 발간했다. 정부가 폭염백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최근 극심한 폭염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한반도 폭염의 양상과 추세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어 백서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 2100년엔 반년간 ‘찜통 더위’ 찾아올 수도
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 경보가 발령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무더위가 수요일인 11일까지 이어진 뒤 일시적으로 해제됐다가 추석 명절 연휴인 15~16일쯤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2024.9.10 (서울=뉴스1) 폭염백서는 글로벌 기후 정책과 기술 발달, 화석연료 감축 노력 등을 고려해 단계별로 4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 사용량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때를 가정했다. 기후변화를 가장 늦춘 상황으로 현재 7~9월 발생하는 폭염이 2100년에는 6월로 1개월 정도 앞당겨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여전히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무게를 둬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고 도시 위주로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되는 마지막 단계 시나리오에선 2100년 무렵에는 5월부터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5~9월 찜통 더위에 시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중 가장 더운 기간’도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2023년 하루 평균 최고기온은 25.5도이지만 2071~2100년에는 28.6~32.4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최대한 하면 하루 평균 최고기온이 3도 정도 상승하는 데 그치지만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약 5도까지 오른다는 것이다.
폭염은 1990년대 7월 3~13일 시작돼 8월 15~19일 종료됐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6월 27일~7월 6일 시작돼 6, 7일 정도 빨라졌다. 반면 폭염 종료 시기는 8월 15~22일로 하루 이틀 늦어졌다. 2023년 4.4일인 평균 폭염 지속 기간은 시나리오에 따라 8.7~17.4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폭염 기간이 연장되는 원인은 바다 온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한반도 등 동아시아는 북태평양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수온이 높아지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더 많아지고 더위도 더 느끼게 된다. 게다가 2~6년 주기로 바뀌는 동아시아에선 폭염 형태가 바뀌는데 기압계가 남북으로 진동하며 중국과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한반도와 중국 북부에서 폭염이 발생하면 중국 남부에서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폭염의 변동성을 더 정확하게 분석해 변화를 예측한다면 폭염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뜨거워지는 지구’ 겨울 더 춥게 만들어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연구소(C3S)는 최근 북극의 기온 변화를 분석해 발표했다. 2일 기준 북극 기온은 평년보다 20도 이상 높았고 북위 87도 기온은 영하 1도까지 오르며 얼음이 녹는점인 0도에 근접했다.
‘뜨거워지는 지구’는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겨울을 더 차갑게 만든다. 북극과 저위도 사이의 공기 흐름이 무너지며 극지방의 냉기류가 흘러 내려오기 때문이다. 북극과 저위도 지역 사이에는 기온차로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공기 흐름이 발생한다. 여기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지구 자전의 영향이 더해져 서에서 동으로 부는 ‘한대 제트기류’가 발생한다. 한대 제트기류는 중위도 10km 상공에서 초속 25m로 흐르며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저위도로 새어 나오지 않게 막는다. 남북 온도 차가 큰 겨울에 특히 강하게 분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 저위도와의 기온 차가 줄면 제트기류의 흐름이 깨진다. 이럴 때 한반도에는 이른바 ‘북극 한파’가 찾아온다.
핀란드 기상연구소 연구원 미카 란타넨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현재까지도 북극에서 겨울철 온난화 현상이 관찰됐지만 최근 추세는 매우 극단적인 편”이라며 “북극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수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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