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노인-보호인력 매칭… 케어 실버타운 세워 돌봄 공백 보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3일 03시 00분


[행복 나눔] 사회적 기업 ‘케어닥’ 박재병 대표
돌봄-간병 전문 애플리케이션 개발… 수요자와 요양보호사-간병인 연결
전문 인력 월 4000명 이상 활동 중… 간병비 정찰제 도입해 만족도 높여
시니어 주거타운 ‘케어홈’도 운영… 전국에 전담 돌봄 센터 구축 예정

‘한국형 시니어 토털 케어’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기업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가 20일 서울 강남구 케어닥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속 가능한 사업체로 자리 잡아 고령화사회에 불거질 돌봄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꾸준히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케어닥 제공
‘한국형 시니어 토털 케어’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기업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가 20일 서울 강남구 케어닥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속 가능한 사업체로 자리 잡아 고령화사회에 불거질 돌봄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꾸준히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케어닥 제공
한국은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유엔이 규정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지난해 3월 노인 등 돌봄 인력 부족 규모가 2022년 기준 19만 명에서 2032년 38만∼71만 명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20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박재병 케어닥 대표(36)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노인 돌봄 서비스나 주거 공급에 대한 수요는 커졌지만, 이에 따른 공급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운영 중인 ‘케어닥’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을 매칭해 주는 중개 플랫폼(케어닥)을 중심으로 ‘한국형 시니어 토털 케어’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기업이다. 돌봄형 실버타운 ‘케어닥 케어홈’도 운영한다. 돌봄 공백과 고령층 주거 불균형 등 돌봄 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 케어닥의 목표다. 케어닥은 월 1만1000명가량의 노인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케어닥에서 활동 중인 돌봄 전문 인력은 월 4000명 이상이다.

● 정보 비대칭 돌봄 시장 ‘투명하게’

박 대표가 돌봄 산업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 집안 사정이 영향을 끼쳤다. 박 대표의 부모님은 연로한 할머니를 집에서 모시고 살았다. 박 대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얼마 안 돼 아버지마저 중풍으로 쓰러졌다. 이로 인해 박 대표의 어머니는 시어머니에 이어 남편까지 간병해야 했다. 박 대표는 긴 시간 간병 생활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그땐 속상했는데…. 누구에게나 부모가 있고, 늙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즉, 노인 돌봄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겪을 고민입니다.”

20대엔 친구들과 봉사단체를 꾸려 쪽방촌 홀몸노인들을 돌봤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노인들의 생활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요양 등급을 받을 만큼 아픈 것은 아니지만 노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 즉 정부 복지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고민 끝에 돌봄·간병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해 2018년 처음으로 노인 및 보호자와 돌봄 종사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케어닥’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특히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사진, 자격 사항, 경력 등이 담긴 프로필과 후기 등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서비스 질에 비해 가격이 들쑥날쑥했던 부분을 고려해 업체 자체적으로 시장의 평균가를 분석해 비용을 책정하는 ‘간병비 정찰제’를 도입했다. 간병 중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나 기준이 모호한 시설·서비스 이용료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였다.

● “부가가치-사회적 가치 둘 다 잡고 싶어”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파생되는 돌봄 문제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만큼 케어닥은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23년에는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함께 65세 이상 노인 돌봄에 드는 비용 및 인프라, 자원 현황 등을 분석한 ‘노인돌봄공백지수’ 보고서를 발간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부산가톨릭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고령층의 정서적 돌봄 필요성, 친환경 주거 환경 개선 등에 대한 산학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강북삼성병원, 순천향대 중앙의료원과 제휴를 맺고 간병인을 두기 어려운 병동 내 홀몸 및 무연고 노인에게 간병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간병 크레디트 제도’를 운영했다. 또한 복지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2년째 독거노인들에게 집 청소와 냉장고 정리, 건강 상태 확인 등의 돌봄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 중이다.

케어닥은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갖지만,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돈을 벌지 못한다’ ‘기부해야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이어야 사회 기여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지니면서도 부가가치를 생산하며 선순환할 수 있는 기업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창업 초기 IMBA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강해졌다고 한다. IMBA는 SK그룹과 KAIST가 2013년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기업 창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경영학석사 과정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 중개뿐 아니라 돌봄형 실버타운인 ‘케어닥 케어홈’ 운영도 시작했다. 케어닥 케어홈은 요양 등급이 있어야 갈 수 있는 요양원과 돌봄성이 부족한 실버타운의 빈틈을 보완한 것이다. 박 대표는 “특히 요양보호사는 의무 규정 인원 대비 1.2∼3배까지 배치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꼭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시니어 주거 모델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인정받아 케어닥은 2023년 1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금은 전국적인 돌봄 인프라 확장,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시니어 하우징 프로젝트 실행에 사용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7위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케어닥은 앞으로 돌봄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 주요 도시에 전담 돌봄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돌봄 시스템을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현재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회사 입장에선 아이러니한 목표이지만 돌봄 비용을 합리화하는 등 돌봄 문제도 해결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며 웃었다.

#케어닥#사회적 기업#초고령사회#노인 돌봄#돌봄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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