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간 기후변화 소송… 청소년들, 정부와 ‘미래’를 다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3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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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청구인 측)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감안해야 한다.”(정부 측)

헌법재판소가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른바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소년 기후 행동’ 회원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변론이 열린 것이다.

이날 청구인 측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40%로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헌법이 보장한 환경권·생명권·건강권 등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구인 측은 “정부의 감축 계획은 기본권을 보호하는데 유효하고 적절한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나치게 안일하고 자의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 결정이 유라시아의 많은 최고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정부 측은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국민의 권리나 의무를 직접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맞섰다. 또한 ‘제조업 비율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 측은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며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감축은 국가산업 전반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감축 목표가 선진국 대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정부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 ‘우르헨다(Urgenda)’소송이 대표적이다. 환경단체 우르헨다재단과 시민 88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12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25%까지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도 지난해 8월 주정부의 책임을 인정했고,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후변화대응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국내 법조계에선 정부가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청구인 측이 입증하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공개변론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것이어서 130여명이 방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헌재는 다음달 21일 공개변론을 이어간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재판부도 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하게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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