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안전사고 비상… 점검 나선 지자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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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공사장 등 집중 점검
겨울철 호우 잇따르며 필요성 커져
“해빙기 단독 산행-낚시 등 삼가야”

6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건축시공 전문가(구조기술사)가 노후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성동구는 봄철 해빙기를 맞아 붕괴 우려가 있는 축대와 주택 등의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6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건축시공 전문가(구조기술사)가 노후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성동구는 봄철 해빙기를 맞아 붕괴 우려가 있는 축대와 주택 등의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표면이 떨어지고 기울어진 모양을 보니 담을 일부 철거하는 것이 좋겠네요.”

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가. 콘크리트 담장을 두드리며 소리를 확인하던 건축시공 전문가(구조기술사)가 같이 점검하던 성동구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전문가는 “두드렸을 때도 속이 꽉 찬 소리가 나야 하는데, 안이 비어 있는 소리가 나고 있어 보수하지 않으면 인도 쪽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지자체, 안전취약시설 집중 점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는 봄철을 맞아 서울시와 자치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사고 예방과 점검에 적극 나서고 있다. 2∼3월 해빙기에 사고 위험이 큰 교량·터널 등 도로시설물과 건설현장을 비롯해 노후 주택과 옹벽 등 이른바 ‘안전취약시설’이 점검 대상이다.

이날 성동구는 관내 노후 주택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약 2m 남짓한 폭의 골목길로 들어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지붕이 주저앉은 노후 주택이 보였다. ‘안전점검표’와 소형 카메라를 들고 지붕을 관찰하던 건축시공 전문가는 “땅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그 위의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주택도 나무로 된 지붕틀이 썩어 내려앉아 무너져 내리면 옆 주택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계단을 내려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자 이번엔 주택을 둘러싼 옹벽에서 떨어져 나간 잔해가 바닥 한쪽에 쌓여 있었다. 전문가는 “감기에 걸리면 몸에 열이 나듯, 건축물도 나타나는 증상을 파악하면 보수할 수 있다”며 “옹벽에 균열이나 벽체가 들뜨는 ‘배부름 현상’ 등이 보이면 벽 안쪽의 흙이 쏟아지거나 무너질 수 있으므로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상기후로 겨울철 호우가 잇따르며 안전점검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19일 누적 강수량은 534mm로, 평년(182mm)의 약 3배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달 충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6m의 옹벽이 무너져 내리며 승용차 9대를 덮치기도 했다.

비상이 걸린 각 지자체는 전문가들과 안전점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급경사지안전협회와 함께 전문가 합동점검반을 편성한 서울 서대문구를 비롯해 중구, 영등포구, 강북구 등에서 자체 안전점검에 나섰다. 서울시도 22일까지 안전취약시설 4793곳에 대해 민관 합동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봄철 해빙기를 맞아 6일부터 8일까지 11개 재해복구 사업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현장 점검했다. 인천시도 이달 말까지를 해빙기 안전관리 자체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관내 농업생산 기반시설을 점검 중이다.

● “해빙기 등산·낚시 삼가야”


10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2∼3월 해빙기 관련 사고는 143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도괴(무너짐) 사고가 76건으로 가장 많았다. 낙석·낙빙 등 산악 사고와 얼음낚시 등 수난 사고는 각각 29건, 산사태 9건 순이었다. 사망 사고의 경우 등산 도중 낙석에 맞거나 얼음낚시를 하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도 안전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축대나 옹벽, 노후 건축물 주변을 지날 때는 시설물이 기울어져 있지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땅이 얼었다 녹으면서 미끄러운 만큼 등산도 위험할 수 있다. 해빙기엔 낙석도 자주 발생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해빙기에 단독 산행이나 낚시는 최대한 삼가고, 사고를 목격하면 지체없이 119로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해빙기#안전사고#집중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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