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가난하지 않은 순간 없었다”…기초수급자 대학생의 감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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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19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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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대학생 김모 씨(21)가 부산 동구청에 보낸 편지. 부산 동구청 제공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대학생 김모 씨(21)가 부산 동구청에 보낸 편지. 부산 동구청 제공

부산에서 생활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학생이 구청에 보낸 감사 편지가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19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인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대학생 김모 씨(21)는 최근 동구청에 편지를 보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디딤씨앗통장을 해지했다. 이 통장은 기초생활수급자 청소년 등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자치단체가 매월 10만 원 한도로 지원해 주고 24세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로는 홀어머니의 병원비를 내기에도 벅찼던 김 씨는 학자금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통장을 해지한 것이다.

당시 부산 동구는 전국구 최초로 ‘자립통장 만기해지 아동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해당 사업은 자립통장을 만기해지하는 만 18세 이상 취약계층 청년에게 취업·자립 상담과 자격증 등 취업 비용 등을 맞춤형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김 씨는 지원사업 자격이 충족돼 지원했고, 운전면허와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고 사회복지사 멘토에게 진로 상담을 받았다.

김 씨는 편지를 통해 “태어나서 가난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며 “항상 (가난을) 증명하고, 그에 응당하는 값을 받아왔다. 이만큼 모자라고, 이만큼 힘드니까 등 어떤 기준에 미달돼야만 했다”고 적었다.

그는 해당 사업을 통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며 “나는 이만큼 잘하고, 이만큼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나를 믿고 지원해 주는 거야. 내가 살아온 삶은 미달이 아니라 충당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고 말씀했지만, 저는 ‘더 해보라’는 응원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동구청은 지난해까지 초록우산 부산종합사회복지관과 등과 연계해 이 사업으로 만기 해지 청년 12명에게 1500여만 원 상당의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까지 시범 실시한 지원 사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현재 초록우산 부산본부의 예산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신청자가 2∼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회에 나가는 더 많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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