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용 구속기소되자 ‘드래곤2’ 텔레방서 재판 논의”…檢 , 위증교사 적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18시 08분


코멘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검찰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알리바이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관계자들의 공소장에 이들이 실시간으로 재판 내용을 공유받으며 체계적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고 위증을 교사한 정황을 적시했다.

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A4용지 14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1일 위증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와 서모 씨는 김 전 부원장이 검찰에 긴급체포된 직후부터 수사 및 재판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 대선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전 경기도에너지센터장 신모 씨, 성준후 민주당 부대변인 등과 함께 대응을 논의했다고 봤다.

●‘김용 일정표’ 취합하고 ‘드래곤2’ 텔레그램방에서 논의
검찰에 따르면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알려진 2021년 4월~8월 신 씨 등 김 전 부원장 주변인물들의 일정을 먼저 취합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김 전 부원장의 카드사용내역, 구글캘린더,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을 확보해 ‘김용 일정표’를 취합했다고 한다.

이후 2022년 11월 김 전 부원장이 구속기소되자 측근들은 김 전 부원장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검찰과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고자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장과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총괄을 맡고 대장동 의혹 등에서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 등이 법률 파트를, 신 씨 등이 조직 파트를, 성 부대변인이 직능 파트를 맡았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의 지시로 재판 증거를 수집하고 증인신문 계획을 수립하는 등 김용 재판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검찰은 “(피고인들이)‘드래곤2 실무논의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김 전 부원장들의 변호인과 재판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고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검찰은 지난해 4월 김 전 부원장의 금품수수 날짜를 2021년 5월 3일로 특정하는 의견서를 냈다.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의 고교 동창인 이모 변호사로부터 이 의견서를 전달았다고 한다. 이후 이들이 미리 준비한 ‘김용 일정표’를 뒤져 신 씨가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경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 이모 씨를 만난 사실, 이날 김 전 부원장의 일정이 전혀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용도 허위 알리바이 담긴 의견서 보고받아
검찰에 따르면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월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이 씨와 신 씨를 만났다는 취지의 ‘검찰의견서 관련 참고자료’를 만들었다.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 전 부원장도 접견 온 이 변호사를 통해 이 참고자료를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2021년 5월 3일 일정은 신 씨가 이 대표의 노동부문 선거조직 활동과 관련해 이 씨를 만난 ‘노동미팅’으로 김 전 부원장의 일정이 아니었다”며 “피고인들이 작성한 ‘검찰의견서 관련 참고자료’는 허위였고 피고인들도 그 허위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박 씨는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신 씨가 2021년 5월 3일에 김 전 부원장을 만났다고 하니 신 씨의 말에 맞춰 당일 김 전 부원장을 만난 것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증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씨는 이 씨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는 등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씨 증언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2021년 김 전 부원장과 이 씨가 만난 횟수, 당시 김 전 부원장의 복장 등도 거짓으로 증언하도록 요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이 씨가 실제로 법정에서 위증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신문에 말문이 막히자 김 전 부원장의 변호사가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정황도 적시됐다. 검찰이 이 씨가 증언을 하게 된 경위를 물으며 “누가 처음으로 연락해 2021년 5월 3일에 일정을 확인했느냐”고 물었는데 이 씨는 박 씨와 서 씨의 존재를 밝힐 수 없어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변호사가 즉석에서 “제가 연락했다”며 거짓으로 답을 했고, 이에 이 씨가 거들었다는 것이다.

박 씨와 서 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 씨의 위증 과정에 관여한 다른 관계자들은 없었는지 등 배후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건 범행이 이 대표 대선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직적으로 계획된 측면이 있어 가담자들의 공모관계 등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시작 후 검찰이 제시한 범죄 일시의 모든 알리바이 확인을 하며 재판에 대비했고 그 과정에서 신 씨를 통해 알리바이가 확인 돼 증언을 부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 씨가 증거를 조작한 것은 유감이지만 이는 김 전 부원장 측과 관계가 없고, 당시 이 씨의 증언 또한 본인의 기억에 따른 것이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