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은’ 콘돔 1위 듀렉스…“일부 제품 수입 정지”

품질관리 적합 미갱신에 행정 처분
'익사이트미' 3개월 동안 수입 막혀
식약처 "갱신 신청해도 처분 유지"

국내 시장에서 갈 길 바쁜 듀렉스의 일부 제품이 수입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듀렉스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콘돔 브랜드다. 듀렉스는 글로벌 1위지만 국내 시장에선 토종 브랜드에 자리를 내준 가운데 수입업무정지가 향후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남성용 콘돔 ‘듀렉스 익사이트미’ 제품에 대한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갱신 심사를 위한 신청을 하지 않아 의료기기법을 위반했다.

의료기기 GMP 제도는 안전하고 유효한 제품을 일관성 있게 제조·판매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요구조건이다. 식약처는 허가 후 영구적으로 효력을 인정했으나 2020년 갱신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의료기기는 5년마다 GMP를 갱신해야 한다. 특히 갱신은 해당 유효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의료기기법은 수입 업자가 GMP 심사를 받지 않을 경우 1차에는 해당 품목 수입업무정지 3개월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 2차 위반 시 해당 품목 수입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하며 3차에는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허가·인증을 취소한다.

옥시레킷벤키저는 1차 위반으로 ‘듀렉스 익사이트미’에 대한 수입을 3개월 동안 할 수 없게 됐다.

옥시레킷벤키저는 듀렉스 이외에도 개비스콘, 데톨, 비트, 옥시크린, 물먹는하마 등을 굵직한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갱신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GMP가 만료되기 이전부터 갱신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필요한 구비서류 준비가 지연돼 유효기간 만료 전에 접수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완을 위한 자료를 준비해 1월 둘째 주까지 갱신 접수를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듀렉스가 국내 남성용 콘돔 시장에서 바른생각, 체레미마카 등 토종기업에 선두 자리를 내준 이후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노력에 차질을 빚게 됐다. 국내에 들어온 재고가 소진되더라도 당분간 추가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듀렉스는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남성용 콘돔 시장이 품질 부문에서 상향 평준화를 이루면서 국내 브랜드에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추격자 입장에서 더 이상 판매할 물건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선두그룹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이달 GMP 갱신 신청을 완료하더라도 수입업무금지 3개월 처분은 유지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갱신 신청을 하더라도 처분된 내용이 변경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갱신 여부와 상관 없이 시중에 공급된 ‘듀렉스 익사이트미’는 정상 판매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갱신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이전 유효 기간 동안 적합하게 생산 또는 수입해 보관 중인 재고는 판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