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칼럼 따라잡기]뒤늦은 ‘슈링크플레이션’ 단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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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모든 데이터가 물가 인상은 없다고 보여주는데 왜 모든 사람이 생활비 부담에 점점 짓눌린다고 느낄까.’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2009년 자신의 저서 ‘시그널’에서 제기한 의문이다. 그는 기업들이 가격은 놔둔 채 상품의 양이나 부피를 줄이는 현상에서 답을 찾는다. 이를 설명하면서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 단어는 지난해 9월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 공식 등재됐다.

소비자가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기업들은 1950년대 이후 계속 존재했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알음알음 진행되던 이 교묘한 꼼수 인상이 사회, 경제적 문제로 불거진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치솟는 물가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업체들이 너도나도 슈링크플레이션에 나선 것이다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에 검은 점(초콜릿)은 보이지 않고, 베이글은 중간에 구멍이 더 커지고, 오레오 쿠키 속 크림 두께는 얇아지고 . 해외 소셜미디어에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찾아 변화 전후를 비교하는 콘텐츠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용량 수치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확연히 차이를 느낄 정도로 쪼그라든 제품들도 있다. 그렇게 줄어든 비율이 최대 25%에 이른다고 한다.용기 크기를 줄인 회사가 “끝까지 다 먹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거나 “손에 잡기 쉽도록 홀쭉하게 만든 것”이라는 식으로 내놓은 해명에는 조소가 터져 나온다. 정부가 1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대책들을 내놨다. 식품과 생활용품의 용량, 규격, 성분 등을 변경할 경우 이를 포장에 표시하거나 판매 장소에서 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어기는 기업은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오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조사 결과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인된 제품은 아몬드와 소시지, 핫도그, 만두 등 37개에 이른다.

재료 값과 에너지 등의 비용 인상을 반영한 가격 조정이 기업으로선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신뢰를 갉아먹는 기만행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투명하고 정직한 가격 정책을 펴지 않으면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이제라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동아일보 12월 15일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다음 중 슈링크플레이션의 예시가 아닌 것을 고르세요.
① 가격이 그대로인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에 검은 점(초콜릿)이 보이지 않는다.
② 가격이 그대로인 베이글 중간의 구멍이 더 커졌다.
③ 가격이 그대로인 오레오 쿠키 속 크림 두께가 두꺼워졌다.

2. 다음 중 윗글을 읽고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고르세요.
① 용기 크기를 줄인 회사가 내놓은 변명은?
② 지난해 9월,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실린 사전의 이름은?
③ 슈링크플레이션이 사회, 경제적 문제로 불거진 시기는?
④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은 기업의 이름은?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
#슈링크플레이션#물가 인상#생활비#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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